신분확인·성인인증 없이 가입 가능
신분 속이고 여성들에 돈 뜯거나
청소년 성매매 창구로 악용
경찰 "대화 저장 한 달뿐… 수사 난관"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위치기반 서비스(LBS)를 바탕으로 한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찾는 이용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랜덤 채팅앱이란 불특정 이용자와의 만남을 주선해주는 모바일 공간으로 앱의 종류와 설정에 따라 무작위 연결, 거리순 연결 등이 가능하다. 일부 앱에서는 상대방의 자기소개를 보고 마음에 드는 이용자를 추려내 대화를 주고 받는 설정도 적용할 수 있다. 가벼운 만남을 선호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5일 현재 앱마켓에 등록된 100여개의 랜덤 채팅앱은 100만건이 넘는 다운로드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랜덤 채팅앱은 신분확인이나 성인인증 없이 가입이 가능하고 입력 정보 역시 별다른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아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구조다. 때문에 이런 허점을 노려 사진과 직업 등을 임의로 설정해 랜덤 채팅앱을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이모(42)씨는 사기와 절도죄로 복역한 후 2013년 5월 출소했다. 변변한 직업이 없던 이씨는 앱을 통해 알게 된 김모(29ㆍ여)씨에게 자신을 미국 명문대를 졸업한 외국계 기업 영업팀장이라고 속여 접근했다. 유창한 영어실력을 갖춘 터라 이씨가 중학교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한국에 돌아왔다는 말에 김씨는 감쪽같이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후 이씨는 “거래처 직원들을 접대할 돈이 필요하다”며 수 차례에 걸쳐 280여만원을 김씨에게서 뜯어냈다.
이씨는 지난해 11월에도 같은 방법으로 만난 김모(36ㆍ여)씨에게 신용카드를 분실했다고 한 뒤 김씨 명의의 신용카드를 빌려 1,000만원을 쓰고 갚지 않았다. 그는 올해 1월까지 랜덤 채팅앱을 통해 만난 여성 3명으로부터 2,1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구속됐다. 앞서 2월에는 랜덤 채팅앱에서 만난 여성 4명에게 재력가 행세를 하며 1억400만원을 받아 챙긴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랜덤 채팅앱은 청소년들의 성매매 창구로도 악용되고 있다. 3월 서울 관악구 한 모텔에서 10대 가출소녀 한모(14)양을 살해한 김모(38)씨가 한양을 처음 접촉한 경로가 랜덤 채팅앱이었다. 지난해에는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 10명의 프로필을 채팅앱에 올려놓고 성매매를 알선한 남성이 적발된 적도 있다.
랜덤 채팅앱이 갈수록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지만 허술한 감시망과 관리시스템 탓에 경찰은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 단속권한을 가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랜덤 채팅은 사적 영역에 속해 특정 신체부위 노출 등 유해 행위가 없으면 이를 감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랜덤 채팅은 이용자들의 대화 내용도 1개월 정도 밖에 저장되지 않아 범죄수사에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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