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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호소’에 여론 울렸지만…특수학교 설립 곳곳서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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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호소’에 여론 울렸지만…특수학교 설립 곳곳서 좌절

입력
2017.09.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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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설립 반대로 ‘난항의 연속’

서울선 15년간 한 곳도 신설 안 돼

‘무릎 꿇고 설립 호소’ SNS 화제

“호응 뜨겁지만 언제 또 식을지”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에서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교육감과 주민 토론회'에서 김남연(왼쪽 세 번째)씨 등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주민 찬성을 호소하고 있다. 신지후 기자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에서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교육감과 주민 토론회'에서 김남연(왼쪽 세 번째)씨 등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주민 찬성을 호소하고 있다. 신지후 기자

“‘무릎 호소’를 계기로 많은 국민들이 장애학생의 열악한 교육 여건에 공감해 주시는 건 감사한데,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호소와 좌절을 되풀이해야 하지 않을까요?“

자폐성 1급인 20세 아들을 둔 김남연(51)씨는 10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난 5일 ‘강서 지역 공립 특수학교(가칭 서진학교) 신설 주민토론회’ 현장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곁에 있던 학부모들의 어깨를 감싸 안았던 이다. 김씨가 장애학생들을 위해 ‘무릎 호소’에 나선 것은 2015년 동대문구 제기동의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 설립 추진 당시 이후 두 번째다. 당시에도 이는 큰 화제가 되며 센터는 가까스로 설립될 수 있었다. 현재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높은 관심이 고맙긴 한데, 매번 반대에 부딪히다 보니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무릎을 꿇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장애학생 학부모들의 ‘무릎 호소’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속히 공유되면서 다수 여론은 특수학교 신설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을 비롯해 온라인에서는 “특수학교는 혐오 시설이 아니다” “장애를 이유로 고립하거나 배제하지 말자”며 각종 서명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주민들이 주요 반대 근거로 내세운 ‘국립한방병원 설립’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국립한방병원 건립 논의를 중단했다“고 밝히면서 서진학교 설립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장애학생 부모들은 이런 여론의 열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우려한다. 서진학교 문제가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고 해결된다고 해도 전국 곳곳에서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특수학교 전반의 해법으로는 이어지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 이들의 걱정이다. ‘반짝 여론’이 수그러들면 좌절은 되풀이돼 왔기 때문이다. 교육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 이후까지 개교를 목표로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특수학교는 전국 총 19개로, 이들 대다수는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당초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했던 경기도교육청은 주민들의 반대에 막혀 부지를 처인구로 옮겼고, 구리ㆍ남양주 지역 특수학교 설립도 부지 선정 과정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2020년 개교를 목표로 추진됐던 대전 용호분교 부지 특수학교는 개교를 1년 늦추기도 했다. 한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어렵게 통과하고도 반발이 심해 특수학교 개교가 늦춰지는 일이 빈번하다”고 털어놨다.

집값과 학군에 민감한 서울 지역은 더욱 심각하다. 서울에는 총 29개의 특수학교가 있지만 2002년 종로구 경운학교 신설 이후 15년 간 새로 지어진 학교는 한 곳도 없다. 이은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부대표는 “지난달 2019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는 서초구 나래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토론회가 무산됐고, 중랑구 동진학교는 부지 선정도 못하고 있다”며 “사실상 끝 없는 좌절의 연속”이라며 씁쓸해 했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당국 차원의 중장기적인 대안 마련뿐만 아니라 장애 이해도를 높이는 교육 확대 등으로 장애인과 특수학교에 대한 편견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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