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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고 귀하다… 50년 女배우 윤정희ㆍ윤여정

입력
2016.09.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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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의 신작 영화 '죽여주는 여자'. CGV아트하우스 제공
윤여정의 신작 영화 '죽여주는 여자'. CGV아트하우스 제공

바다를 바라보는 호텔 입구는 카메라 플래시 빛으로 반짝였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에서 몰려온 젊은 팬들의 환호성이 귀를 자극했다. 입구로 난 붉은 카펫은 짧지만 화려했다. 하정우 등 당대의 젊고 유난히 빛을 내는 배우들이 그 위를 걸어서 호텔 파티장으로 들어갔다. 환호하는 팬들 사이로 작은 틈이 났고 또 다른 입구가 됐다. 레드 카펫과는 무관한 영화제 관계자나 파티 손님들은 그곳을 통해 행사장으로 향했다. 훤칠한 키의 노신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환호와 빛이 조금은 민망하고 낯선 듯 그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1960~80년대 충무로의 큰 별 중 하나였던 윤일봉(그는 2013년 배우 엄태웅을 사위로 삼으며 대중의 시선을 받았다)이었다.

2011년 10월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우연히 마주한 풍경은 쓰고도 썼다. 오늘의 스타가 내일도 찬연히 빛난다는 보장은 없겠으나 한국에서 스타의 조락은 유난히 뚜렷하다. 은발로도 여전히 스크린을 장식하고 세대를 가로지르며 사랑 받는 해외 스타들과 다르다. 별을 바라보는 팬들의 마음에서도 세대 단절이 느껴진다.

빛을 잃는 속도는 여자배우가 더 빠르다. 중년이 되어서도 주연 자리를 놓치지 않는 남자배우는 지금도 여럿이다. 스크린 속 꽃으로 치부되곤 하는 여자배우들은 서른을 넘기면 주연에서 주연급 조연으로, 마흔이 되면 명백한 조연으로 밀려나곤 한다. 남자배우든 여자배우든 노년에게 허락된 자리는 많지 않다. 여자배우가 일흔 언저리에도 연기 활동을 이어가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는 드물다. 하물며 대중의 기억에서 잊혀질 만한 나이에 데뷔 50주년을 축하하는 ‘생일상’까지 공개적으로 받기는 매우 어렵다.

윤정희는 최근작 '시' 출연 뒤에도 다음 작품을 물색하고 있다.
윤정희는 최근작 '시' 출연 뒤에도 다음 작품을 물색하고 있다.

노장배우 윤정희(72)와 윤여정(69)이 그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윤정희는 한국영상자료원(원장 류재림)이 마련한 특별전 ‘스크린, 윤정희라는 색채로 물들다’(22일~10월 2일)로 데뷔 50주년을 기념하게 됐다. 데뷔작 ‘청춘극장’(1967)과 ‘무녀도’(1972)를 비롯해 60년대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자배우 트로이카로 불렸던 윤정희의 출연작 20편이 상영된다. 1966년 TBC 탤런트로 연기를 시작한 윤여정은 다양성영화 체인 CGV아트하우스의 ‘윤여정 특별전’(22~28일)으로 배우 생활 50년을 기념하게 됐다. ‘충녀’(1972)와 ‘바람난 가족’(2002), ‘돈의 맛’(2012) 등 그의 출연작 6편을 만날 수 있다. 우연찮게도 두 배우를 위한 특별전은 같은 날(22일) 시작된다.

윤정희와 윤여정의 데뷔 기념 행사는 여러모로 의미 있다. 두 사람은 옛 흑백영화에 갇힌 배우가 아니라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는 배우들이다. 행사가 전할 공명이 클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윤여정은 주인공 역할을 맡은 신작 ‘죽여주는 여자’의 개봉을 앞두고 있고, 최근작 ‘시’(2010)로 칸국제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은 윤정희는 “좋은 작품이라면 언제든 출연한다”고 말하곤 한다. 충무로의 선연한 이정표가 될 두 배우의 왕성한 활약을 새삼 기대한다.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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