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중조우의교 임시폐쇄" 中, 대북압박 조치?

알림

"중조우의교 임시폐쇄" 中, 대북압박 조치?

입력
2017.11.24 19:18
3면
0 0

“북중관계 악화일로” 해석에

中 “北이 수리할 필요 있어

임시폐쇄 뒤 개통” 선 긋기

시진핑 특사 빈손 귀국 후

中 잇단 조치에 언론들 술렁

지난달 북중교역 2월 후 최저

9월 중국 랴오닝성 단둥 쪽에서 촬영된 조중우의교 전경. AP 연합뉴스
9월 중국 랴오닝성 단둥 쪽에서 촬영된 조중우의교 전경. AP 연합뉴스

한국과 중국ㆍ일본 언론은 24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교의 임시폐쇄 여부를 두고 온종일 술렁였다. 북중 무역의 상징인 이 다리를 중국이 다짜고짜 폐쇄하기로 한 거라면 강력한 대북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결과적으로 중조우의교 임시폐쇄는 북중 양국 간 협의에 따른 의례적인 철교 보수작업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북한이 철교 표면을 수리할 필요가 있어서 조만간 임시폐쇄할 예정이고 보수 작업을 마친 뒤 정상 개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대북 압박과 관련돼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번 임시폐쇄는 유지ㆍ보수를 위한 조치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중조우의교의 중국 측 시작점인 단둥은 북중 무역의 70%를 점하는 곳이다. 양국 간 교역은 일부 선박을 통해 이뤄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화물트럭이 중조우의교를 오가면서 이뤄진다. 이 다리가 북중 교역의 상징이 된 이유다.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파괴됐다가 복구된 길이 940m의 중조우의교에는 차도와 선로가 나란히 깔려있다. 지난해 여름에도 열흘간 보수를 위해 임시폐쇄하는 등 거의 매년 보수공사가 필요한 낡은 다리다. 이번에 보수공사를 위해 임시폐쇄하는 것 자체는 큰 주목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시점이 묘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지난 17~20일 방북한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빈 손 귀국’ 후 미국과 중국에서 잇따른 조치들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시 주석의 특사를 면담하지 않자 대화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곧바로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고 추가적인 독자제재에도 돌입했다. 중국은 미국의 이 같은 조치들에 대해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고 비판하면서도 쑹 부장 귀국 이튿날 수요 부족을 이유로 베이징(北京)~평양 항공노선의 운항을 잠정중단했다.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트럼프 미 행정부가 주장하는 북핵 문제 책임론을 피해가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중조우의교 임시폐쇄가 중국 측의 주도로 진행되는 것이라면 이 역시 중국이 미국의 대북 압박 강화에 호응하는 모양새를 보이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충분했다. 중조우의교가 폐쇄될 경우 북한의 농산물 수출길이 막히는 것은 물론 북한이 필요로 하는 농기계나 식량 등도 들어갈 수 없어 북한이 받을 타격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를 “중국이 ‘더 한 무역제한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경고를 북한에 보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중국은 이날도 북한에 석유제품을 수출하지 않고 북한산 철광석ㆍ석탄도 수입하지 않는 등 지난 2월 이후 북중 교역이 가장 줄어든 지난달 북중무역 통계를 발표했다.

조만간 단행될 중조우의교 임시폐쇄는 일단 중국의 대북 압박이나 북중관계 악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중국의 특사를 홀대하면서 북중관계 개선이 미뤄졌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강도가 높아지고 있어 중조우의교의 전략적 가치는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관련국 간 힘겨루기 과정에서 언제든 중국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