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엿새 동안 긴 고민 끝에
禹·李 동시수사 난제 풀기 고육책
-2008년 金총장 밑 함께 근무 등
禹수석·윤갑근 팀장과 인연
-“눈치보기식 수사 땐 메가톤 역풍
엄정 수사로 공정성 우려 불식을”
김수남(57) 검찰총장이 장고(長考) 끝에 택한 카드는 결국 특별수사팀 구성이었다.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53) 특별감찰관에 대한 동시 수사라는 난제 해결을 위한 비책이다. 우 수석의 직권남용 및 횡령 혐의에 대한 이 특별감찰관의 수사 의뢰, 이 특감의 감찰내용 누설 혐의에 대한 보수단체의 고발 등이 있었던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엿새 동안 고민한 결과물이다.
‘우병우 사단의 수사’ 논란 피하기
김 총장이 우 수석과 이 특별감찰관 관련 사건 배당에서 가장 고심했던 대목은 다름아닌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검찰 안팎에선 “어느 수사팀이 나서든 ‘우병우 사단이 우 수석 관련 의혹을 수사한다’는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애초 수사팀으로 거론됐던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나 형사1부, 특수부 등의 지휘라인이 20여년 간 검찰에 몸담았던 우 수석과 개인적 친분 또는 근무인연 등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별도의 태스크포스(TF)가 대두된 것은 수사 착수 단계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지 않는 모양새를 취하기 위해서다. 대검 관계자는 “누군가를 봐 준다는 의심을 받지 않도록 공정하고 객관적인 수사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 아니겠느냐”며 “김수남 총장이 스스로 내린 결단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연수원 동기 특별수사팀장에 우려도
문제는 특별수사팀 구성만으로 이 같은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별수사팀장으로 임명된 윤갑근(52) 대구고검장은 우 수석과 사법연수원 19기 동기다. 2010년 8월~2011년 8월에는 각각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와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으로서 주요 부패사건 수사와 관련, 수시로 의견을 나누는 등 호흡을 맞췄던 사이다. 2008년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윤 고검장)과 금융조세조사2부장(우 수석)으로 함께 근무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이들을 지휘했던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김수남 현 총장이다.
특히 윤 고검장은 올해 초 연수원 19기들 중에서는 처음으로 고검장 승진에 성공했는데, 그 당시 인사 검증 책임자가 우 수석이었다. 검찰 내부에선 “두 사람의 사적인 친분은 그리 깊지 않은 것으로 안다”는 시각이 많지만, 어쨌든 윤 고검장으로선 자신과 이런저런 인연이 많은 우 수석을 향해 고강도 수사를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간부는 “어차피 검사 출신의 우 수석과 관련해선 누가 수사를 하든 비슷한 우려가 나오게 돼 있다. 엄정한 수사로 불식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디에 무게 두고 수사할지 관건
관심의 초점은 특별수사팀이 우 수석과 이 특별감찰관 관련 의혹들 중 어느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수사를 벌일 것인가이다. 우선 특별수사팀은 이 특별감찰관이 수사의뢰한 우 수석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 의혹과, 가족회사인 ㈜정강과 관련한 횡령 혐의 등을 수사하게 된다. 이외에 ▦진경준 전 검사장 개입 의혹이 제기된 처가와 넥슨의 강남 땅 거래 ▦처가의 화성시 토지 관련 농지법 위반 등 알려진 다른 의혹들도 규명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이 특별감찰관, 그리고 그가 우 수석 감찰조사 관련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진 특정 언론사도 수사 대상인데, 정치적 정황으로는 오히려 이 부분이 메인 타깃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가 최근 이 특별감찰관을 정면 비판하고, 우 수석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 “부패기득권 세력이 식물정부를 만들려 한다”고 강하게 반박했기 때문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성역 없는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그간 제기된 모든 의혹들은 물론, 감찰 방해가 있었다는 이 특별감찰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그 진위가 이번 수사로 가려져야 한다는 말이다. 특별수사팀 구성이 이번 사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지, 아니면 눈치보기 수사를 포장하기 위한 카드에 불과했는지는 수사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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