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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는 레드 제플린이 완성" 장르 초월한 음악세계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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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는 레드 제플린이 완성" 장르 초월한 음악세계 통찰

입력
2014.11.2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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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로스 지음ㆍ장호연 옮김

뮤진트리ㆍ522쪽ㆍ2만5,000원

“레이건ㆍ부시가 집권한 암울한 시대에 청년 인구 집단 가운데 일부가 코베인의 펑크적인 세계관, 그의 연민과 불안, 그리고 줄어들고 있는 기회에 처한 한 세대에 깊이 공감했다.”(344쪽) 1990년대를 풍미했던 록 그룹 너바나에 대한 설명이다. 예술사회학의 시각으로 보자면 지당한 논의이겠으나 수용자 혹은 소비자는 간과하기 쉬운 관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른바 클래식 그리고 이른바 ‘좋은 음악’에 대한 근본주의적 논의를 펼치면서 “최고의 음악은 세상에 다른 음악은 없다고 우리를 설득하는 음악”이라는 논리를 펼친다. 책에서 고전음악과 팝에 대한 개괄은 필연적이다. 현재 고전음악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음악은 공허한 지적 우월감에 빠져 그것을 지나치게 숭배하는 속물적 엘리트주의자들 탓에 오늘날 죽은 음악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 지적은 진정한 창조성이 도리어 축출되는 현실을 겨눈다.

책의 미덕은 밑바닥에서부터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함께 다그쳐 올라가는 서술 방식에 있다. 가장 기초적인 수준에서는 음악을 수용자와 생산자의 관점으로 통찰한다. 그런 점에서 포크 가수 밥 딜런과 클래식 작곡가 브람스가 동일 선상이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책이 저자 개인의 관점을 끝까지 견지하기 때문이다. “바로크를 완성시킨 주인공은 1970년대 하드록계의 거물 레드제플린이다. …(중략)…’신스 아이브 빈 러빙 유’에서는 출렁이는 바흐 풍의 오르간 연주가 교회의 느낌을 자아낸다.”(91쪽) 레드제플린이 바흐와 동렬에 오르는 순간이다. 그리고 “대중음악을 짓누르는 가식의 두려움과 고전음악을 짓누르는 천박함의 두려움을 모두 던져 버리고 원래 상태의 행복한 모습으로 복원된다”(242쪽)

작곡가, 지휘자, 피아니스트, 현악4중주단, 록밴드, 싱어송라이터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가들이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참신한 시각으로 재구성된다.

책은 28세이던 1996년부터 뉴요커지의 음악비평가로 이름을 얻고 있는 저자가 10여 년 동안 기고한 글을 모은 것이다. 참신하고도 예리한 시각은 왜 그가 지금 미국 음악 비평계를 선도하는 거물이 됐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장르를 초월하고 세대의 벽을 뛰어넘는 무소불위의 필력으로 복잡하고 다양한 음악 세계를 통찰한다. 관련 웹 사이트에 들어가면 무료 청취 기회와 보다 자세한 설명이 주어진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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