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앞두고 한글의 과학적 창제 원리를 담은 ‘훈민정음 해례본’ 원본을 재현한 복간본이 나왔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장해 온 ‘훈민정음 해례본’은 국보 제70호이자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이다.
6일 교보문고와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간담회를 열고 해례본을 현상복제(변ㆍ퇴색된 유물의 현 상태를 그대로 재현) 방식으로 복간해 펴냈다고 밝혔다.
해례본은 1446년 세종대왕이 한글 제자원리 및 사용법을 담아 펴낸 해설서다. 존재 여부만 알려진 채 500여년 간 그 행방이 묘연했으나 ‘문화유산 수호자’로 통하는 고(故) 간송 전형필 선생이 1940년 일본의 문화침탈 위협 속에서 거금을 들여 비밀리에 입수해 관련 연구에 사용토록 했다. 이를 계기로 친일 학자들의 그릇된 학설로 혼탁해졌던 한글 제자원리를 명확히 밝히는 등 관련 연구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왔다.
이후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장해 온 원본은 베껴 쓴 모사본과 원본을 사진 촬영해 복제한 영인본 등의 제작에 활용되며 연구에 쓰였지만, 공개는 보존 문제를 이유로 몇 차례 한시적으로만 이뤄졌다.
이번 복간작업은 원본 색감과 일부 찢기고 오염된 부분까지도 재현해 한지에 인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원본의 4침안정법(4개의 구멍을 뚫어 실로 꿰매는 방식), 자루매기(전통제본법) 등을 따라 제작됐다.
다만 가독성을 위해 원본 뒷면에 적힌 낙서가 배어난 부분은 일일이 분류ㆍ제거하는 작업을 거쳤다. 훈민정음학 연구자인 김슬옹 미 워싱턴글로벌대 교수가 영어 번역본과 해설서를 별권으로 써 넣은 점도 특징이다.
전형필 선생의 손자인 전인건 간송미술문화재단 사무국장은 “일제의 역사 왜곡과 문화 침탈 위협 속에서 해례본을 소장하는 일은 그 자체가 목숨을 위협하는 사실이었으나, 간송 선생은 광복을 염원하며 이를 확보하고 비밀리에 학자들에게 공개해 필사하도록 했다”며 “앞으로 우리 국민들과 국내외 교육기관을 통해 뛰어난 한글문화를 더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초판의 정가는 25만원이며, 3,000부를 찍었다. 허균 교보문고 편집장은 “대중서를 목표로 원가에 가까운 값을 책정했지만 난이도가 높은 고증과 한지 인쇄로 4번이나 인쇄기가 고장 나는 등 제작과정과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며 “별도 대중 보급판을 재출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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