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협조 필요한 현안 처리 차질
野, 국감서 차관 상대로 질의 예정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국회의 해임 건의안 통과에도 물러나지 않는 역대 첫 장관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과연 그가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행정부 내 업무 수행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도, 국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야당의 협조를 전혀 받을 수 없어 국회의 도움이 필요한 현안 처리에는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25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김 장관은 전날인 24일 국회가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킨 지 몇 시간 후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 정상 참석한 데 이어 휴일인 25일에도 정부세종청사 집무실로 나와 26일 예정된 농식품부 국정감사를 준비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감 출석을 포함한 장관 일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 장관의 이런 움직임은 앞서 국회 해임 건의안 가결의 대상이 됐던 다섯 명의 장관들(1955년 임철호, 69년 권오병, 71년 오치성, 2001년 임동원, 2003년 김두관)이 모두 물러났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정부 한 인사는 “야당이 표결을 강행하고 대통령이 이 결과를 즉각 거부함에 따라, 이미 김 장관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단계는 지나버렸다”고 해석했다.
문제는 김 장관이 앞으로 야당의 다수인 국회로부터 협조나 지지로 받기가 매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야권에서는 해임 건의안이 통과된 장관을 제대로 된 장관으로 인정할 수 없어, 김 장관을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무시하자는 말도 나온다. 26일 실시되는 농식품부 국정감사와 관련,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미 국민 여론은 장관이 해임됐다고 생각한다”며 “장관으로 인정할 수 없는데 그 분을 상대로 정상적인 질의를 진행할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민주 소속 의원들은 김 장관이 아닌 차관을 상대로 정책 질의를 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쌀값 하락 대책, 농협법 개정, 김영란법 실시에 따른 농축산 후속 대책 등 국회 지지가 필요한 현안에서도 업무에 난항이 예상된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장관이 해야 할 가장 큰 일 중 하나가 국회를 설득하는 것”이라며 “국회와 사이가 틀어진 장관이 업무를 정상적으로 하기가 쉽지 않아 자칫 ‘식물장관’이 될 소지도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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