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윤의 애니공감]
“선생님, 다솜이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눈물을 흘리면서 다솜이 가족은 묻는다. 노령동물이 많이 오는 우리 병원은 가족과 이별하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며칠 전 심장병과 신부전으로 치료를 받다가 떠난 다솜이 가족도 슬픈 이별을 하게 되었다. 함께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은 알았지만 그날이 오늘이 될 줄은 몰랐던 가족들은 미리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했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접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장례를 치러줄지 결정하는 것은 오롯이 가족들의 몫이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후다닥 장례를 치르는 경우도 많다. 떠난 아이를 보듬고 애도도 제대로 못하고 치러야 하는 장례절차는 가족에게 버거운 일이다. 하지만 심정적인 버거움보다 더 힘든 것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을 때다.
얼마 전 한 방송에서 동물장례문제에 관한 인터뷰 촬영이 있었다. 반려동물의 장례와 관련한 문제들을 취재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인터뷰 당시 알게 된 내용은 상당수 반려동물들의 사체가 쓰레기봉투에 담겨 배출된다는 충격적인 현실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 추산에 따르면 매년 개와 고양이 등 15만 마리가 죽고, 그 중 13% 정도인 2만 마리만 화장되고 나머지는 불법 매장되거나 버려지고 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사체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일반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동물장묘업체에 맡겨 화장을 해야 한다. 본인 소유의 땅에 묻어주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세 가지 방법 모두 쉬운 방법이 아니다.
우선, 반려동물을 매장할 개인 소유의 마당이나 선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찾더라도 비용이 만만찮다. 기본적인 장례비용이 5㎏기준으로 15~20만원 정도다.
비용만 문제가 아니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에 정식 등록된 동물장묘업체는 전국에 20곳인데, 이 중 경기도에 고양(1곳), 김포(3곳), 광주(4곳) 등 경기지역에 8곳이 몰려있다. 그러다 보니 지역 내에 정식 장묘시설이 없는 곳도 있어 이웃한 동물 장묘시설로 원정화장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5만 마리의 등록 반려동물이 있는 대구시의 경우엔 시내 외곽에 동물장례식장이 한 곳밖에 없어 한꺼번에 신청을 받아 멀리 경기도에까지 가서 화장하는 실정이란다.
동물병원에 개인적으로 위탁해서 장례를 맡기는 경우도 있다. 흔히 말하는 ‘단체화장’이라 불리는 방법이다. 동물병원에서 죽은 반려동물의 사체는 ‘의료폐기물’로 분류되어 다른 폐기물들과 같이 처리업체로 보내져 소각된다. 이 경우에도 ㎏당 1~2만 원이 들어 5㎏의 소형견의 경우 5~10만 원 가량이 소요된다. 장묘업체와 달리 화장하는 것을 지켜볼 수도 없으며 보관되었다가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처리되는 게 보통이다.
동물장묘시설의 공급 부족으로 장묘업체를 통해 화장할 수 없다면 반려동물은 생활폐기물로 처리해야 한다. 쉽게 말해 쓰레기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한다. 그러나 가족같이 지냈던 반려동물을 쓰레기봉투에 버리는 건 정말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법 조항대로 반려동물 사체를 쓰레기봉투에 넣어 처리하려 해도 문제는 또 발생한다. 서울과 인천, 경기권의 쓰레기가 매립되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쓰레기봉투에 담긴 동물사체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반려동물이 죽는 경우 불법 매장 및 소각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불법 매장과 소각은 환경문제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공공위생에도 좋지 않다.
중국과 미국에는 반려동물 공공묘지가 있다. 대부분 비영리 단체에 의해 기부금으로 운영되거나 주 정부에 의해 공공으로 관리된다. 일본의 경우 사체 1구에 5만5,000원 정도에 소각시설을 통해 반려동물을 화장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장묘시설 설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반려동물의 삶만이 아닌 죽음도 생각해야 한다. 여러 해 함께 가족으로 지낸 반려동물을 떠나 보내면서, 비용 때문에 상황이 여의치 않아 쓰레기봉투에 싸서 버린 후 평생 상처로 남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박정윤 수의사(올리브 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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