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방송 출연을 금지시켜 논란이 커지고 있다. KBS 신년기획에 나가기로 했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항의 차원에서 출연 취소를 검토하겠다고 하는 등 정치 문제로까지 비화하는 양상이다.
황씨는 KBS ‘아침마당’에 나와 달라는 요청을 받아 담당 PD 및 작가와 방송 내용에 대한 구체적 논의까지 한 상태에서, 갑자기 출연 금지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KBS가 내세운 이유는 그가 문 전 대표 지지모임인 더불어포럼의 공동대표 23명 가운데 1인으로 참여해 정치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이다.
방송 그것도 ‘아침마당’과 같은 교양 프로그램이 정치색을 띠면 안 된다는 제작진의 고민을 이해한다 해도, 정치 성향을 이유로 개인을 배제하는 것은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다. 더욱이 개인이 정치 성향이 있느냐 없느냐, 있다면 어느 쪽이냐를 가리려다 보면 엉뚱한 갈등을 부를 가능성 또한 높은 게 사실이다. 황씨는 출마를 한 것도 아니고 정당에 가입한 것도 아니며 그가 방송하기로 한 내용 또한 좋은 음식 재료 고르기였기 때문에 KBS의 출연 금지가 뒷말을 낳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KBS는 선거기간 중립성 유지를 위해 후보자 또는 캠프에서 공식 직책을 맡거나 특정 정당 혹은 후보자를 공개 지지한 사람은 출연시키지 않는 가이드라인을 따랐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출연금지는 황씨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국노래자랑’의 진행자 송해씨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고도 출연이 금지된 적이 없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형평성 시비를 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고대영 KBS 사장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지지 모임인 충청포럼의 운영위원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된 마당이어서 황씨의 출연을 문제삼으려면 고 사장의 거취부터 정리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KBS는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작업 책임을 감추기 위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통제에 호응하는 등 최근 수년 동안 편파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는 날이 없었다. 더욱이 방송인 김미화씨가 주장했듯, 따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두었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그때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황씨의 출연을 금지했다고 하니 이중잣대 시비를 부르고도 남는다. KBS가 진정으로 방송 중립을 지키려는 의지가 있다면, 방송 내용에 대한 반성과 논란을 부른 관련 인사들의 책임 추궁부터 선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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