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 “납득 안되는 해명” 입 모아
경북 포항 지진과 잇따른 여진으로 주민들의 공포가 가시지 않는 가운데 포항시 공무원 10여명이 지진 직전 유럽 여행을 떠난 뒤 21일에야 귀국해 비난을 사고 있다. 이들은 현지에서 지진 소식을 듣고 시 관계자로부터 귀국을 종용받았으나 항공권을 구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예정된 일정을 모두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포항시에 따르면 포항시청 인사팀장과 포항시 공무원노동조합 소속 공무원 등 10여명은 지난 14일 7박8일간 유럽 체코와 오스트리아를 돌아보는 일정으로 포항을 떠났다. 이들은 15일 포항지진이 발생하고 오스트리아 빈에서 상황을 통보 받았으나 “비행기표를 못 구하겠다”며 바로 귀국하지 않았다. 이어 유럽에서 남은 일주일 일정을 다 소화하고 지진 발생 후 일주일째인 21일 낮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포항시 자치행정국 관계자는 “지진 당시 직원들이 오스트리아 빈에 있었고 즉시 귀국하도록 했으나 곧바로 연결되는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했다고 연락 받았다”며 “여행사에서 독일 등 인근 다른 국가의 표도 구하려고 애썼는데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다 들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행업계는 이들의 해명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지진 발생 당시 공무원들이 머물렀던 오스트리아 빈에는 인천공항까지 매일 1, 2편의 대한항공 항공기가 운항되고 있다. 오스트리아와 국경인 독일에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루프트한자 등 다수의 항공사가 매일 인천까지 운항하고 있고, 체코 프라하에서도 인천공항까지 직항편이 운항중이다.
포항지역 한 여행사 대표는 “당장 한 두 시간 뒤 비행기는 못 구할 수 있어도 도쿄 등을 경유하거나 현지 대사관이나 영사관의 협조를 얻는 등 선택지를 조금만 넓혔더라도 하루 이틀 뒤면 충분히 귀국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일주일이나 비행기 표를 구하지 못해 들어오지 못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연일 비상근무 중인 포항시청 공무원들도 이들의 외유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더구나 자리를 비운 공무원 10여명은 포항시가 노조 격려 차원에서 보내줘 일정 대부분이 관광이며, 1인당 경비도 350만~400만원을 호가하는 호화 여행 상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청 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도 “직원들은 잠 못 자고 있는데 노조는 밖에서 놀고 있느냐”며 이들의 외유를 떠난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포항시청 한 공무원은 “동료 직원들이 이 시국에 해외에 나가 있는 것도 몰랐고 이렇게 많은 직원들이 자리를 비운 줄도 몰랐다”며 “국가적 재난 사고에 전 직원이 연일 비상 근무로 녹초가 돼 있는데 비수기인데도 비행기표를 못 구했다는 말이 더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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