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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이후 정권 심판론 위력... 막판엔 정권 안정론 뒷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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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이후 정권 심판론 위력... 막판엔 정권 안정론 뒷심

입력
2014.06.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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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무기력·무능에 앵그리 맘 등 반감... 여당 식은땀

“레임덕 위기”호소에 인천 등서 보수층 뭉쳐 반전

전국단위 첫 사전투표로 젊은층 투표율 다소 올라

4일 경기 안산시 단원고 정문 앞에 투표소 변경을 알리는 안내 입간판이 설치돼 있다. 안산시와 선관위는 단원고가 참사 피해학교임을 감안해 인근 안산유치원으로 투표소를 변경했다. 안산=연합뉴스
4일 경기 안산시 단원고 정문 앞에 투표소 변경을 알리는 안내 입간판이 설치돼 있다. 안산시와 선관위는 단원고가 참사 피해학교임을 감안해 인근 안산유치원으로 투표소를 변경했다. 안산=연합뉴스

6ㆍ4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른 결정적인 변수는 역시 ‘세월호 참사’였다. 전반적으로 야권의 ‘박근혜 정권 심판론’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여권이 선거전 막판 전면에 내세웠던 ‘박근혜 대통령 지키기’가 보수층의 결집을 끌어냈다는 점도 분명하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는 가히 핵폭탄급이었다. 지방선거를 한달 보름여 앞두고 터진 참사로 정치권의 선거 준비는 올스톱됐다. 50% 중후반을 오르내리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새누리당 일방 우위의 선거구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생겼다. 여야가 공식선거운동기간을 코 앞에 두고서야 가까스로 선거체제를 갖추는 동안 국민들 사이에선 ‘박근혜 정부 무능론’이 확산일로였다.

이 같은 분위기는 실제로 당초의 선거 판세를 보기 좋게 뒤집었다. 최대 격전지로 꼽혀온 경기는 선거전 초반만 해도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의 압승이 예상됐던 곳. 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새정치연합 김진표 후보의 상승세가 뚜렷했고, 결국 개표 막바지까지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접전이 펼쳐졌다. 세월호 참사가 아니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했을 일이다.

정치권 안팎의 이목이 집중됐던 부산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와 무소속 오거돈 후보가 박빙승부를 벌이는 중에도 결국 막바지엔 ‘우리가 남이가’ 정서가 힘을 발휘할 거란 전망이 많았지만, 세월호 참사 후엔 ‘혹시나’ 하는 분위기로 바뀌더니 실제 개표 과정에서도 시종일관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마찬가지로 세월호 참사가 없었더라면 새누리당의 텃밭이 이처럼 흔들리지는 않았을 거라는 게 중론이다.

지자체별 여야 후보의 최종 당락과 관계없이, 이처럼 세월호 참사가 지방선거 전체 판을 뒤흔든 근저에는 박근혜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적 민심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의 불통ㆍ독선 이미지, 잇따른 대선공약 파기 등으로 누적된 유권자들의 언짢음이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무능ㆍ무기력에 대한 분노로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과 충청ㆍ강원에서 정당 지지율이 훨씬 앞서는 새누리당이 시종일관 고전한 게 단적인 예다. 여권이 국면 전환의 신호탄으로 내놓은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의 중도 낙마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유임을 둘러싼 논란은 이 같은 민심이반을 가속화시켰다.

전국적으로 진보성향 후보들이 교육감 선거를 사실상 ‘싹쓸이’했다는 점도 세월호 참사의 여파를 짐작케 한다. 단원고 희생 학생들 또래나 그보다 어린 자녀를 둔 3050세대 ‘앵그리 맘’이 현재의 교육제도에 대한 극도의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진보성향의 김석준 부산교육감 후보 측 관계자는 “많은 학부모들이 세월호 참사를 보며 성적과 경쟁만을 강조하는 교육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데에 공감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누리당이 고심 끝에 꺼내든 '박 대통령 지키기' 전략의 영향력도 적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움츠러든 전통적 지지층을 향해 “박 대통령이 출범 1년 반만에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고조시킴으로써 세월호 태풍을 일정하게 막아낸 셈이다.

실제로 인천에서는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가 세월호 참사 직후 새정치연합 송영길 후보게 밀리던 기류를 만회하며 개표 막바지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보수성향 유권자층이 상대적으로 두터운데도 새정치연합 안희정 충남지사 후보에게 내내 끌려가던 새누리당 정진석 후보 역시 막판에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새누리당의 한 비주류 의원조차 “박근혜 마케팅이라도 없었으면 어쩔 뻔 했느냐”고 말했을 정도다. 박근혜정부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에도 불구하고, 선거국면에선 '박근혜 브랜드'의 위력이 발휘 되는 역설적 상황이 또 한번 확인된 셈이다.

전국단위 선거로는 처음 실시된 사전투표 덕분에 전체 투표율이 상승한 것도 승패의 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번 지방선거의 잠정투표율 56.8%로 중앙선관위가 당초 기대했던 60%선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1995년 1회지방선거(68.4%) 이후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4년 전 지방선거보다도 2.3%포인트나 상승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로 뜨거운 정책 이슈 없이 조용히 치러졌으면서도 4대강이나 무상급식 등 대형이슈로 뜨거웠던 지난 선거보다 투표율이 더 오른 것은 사전투표의 효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사전투표로 인해 2030세대에서 절대적인 투표자 수가 증가했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사전투표가 보수성향이 강한 60세 이상층에서는 투표일이 분산되는 정도의 효과에 그쳤을 가능성이 높지만 20대나 30대에서는 투표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일부라도 줄이는 결과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적으로 세월호 심판론에 가까운 젊은 세대의 투표율이 다소 올라갔을 것이란 해석이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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