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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여성들이 성노예로 전락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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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여성들이 성노예로 전락하는 까닭은

입력
2017.09.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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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매매단, 서아프리카 저주 ‘주주’ 악용

여성 1만명 이상 성매매 시장으로 넘겨

빨간천으로 눈을 가린 서아프리카 여성 게티이미지뱅크
빨간천으로 눈을 가린 서아프리카 여성 게티이미지뱅크

나이지리아의 인신매매 조직이 이 나라 여성들이 서아프리카의 저주‘주주(juju)’를 믿는 것을 악용해 이들을 성노예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보고서를 인용, 지난해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으로 들어온 나이지리아 여성 1만1,000명 중 80%가 성매매 시장으로 팔려갔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에서 이토록 많은 나이지리아 여성들이 성매매에 종사하는 이유는 단지 돈 때문이 아니다. 서아프리카의 무서운 저주 주주 때문이다. 주주는 주술적 성격을 갖는 서아프리카의 전통 종교 의식으로, 서아프리카인들은 주주 의식으로 맹세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들에게까지 끔찍한 저주가 내려진다고 믿는다.

의식은 다소 복잡하게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여성의 피와 머리카락, 옷을 필요로 한다. 인신매매단은 주주 의식을 수행하는 나이지리아 전통 성직자들을 매수해 나이지리아 여성들을 성매매에 빠지도록 하는 것이다. 여성들은 주주 의식을 집행하는 동안 일종의 최면상태에 빠지게 되고 성직자들을 절대자로 여기게 되면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들의 뜻을 순순히 따르게 된다.

문제는 심각하지만 주주 피해자들에게 주주가 ‘미신’이라는 사실을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다. 반(反)인신매매 시민단체 ‘피암 온루스’를 운영하는 이냥 오코콘은 “유럽에선 주주가 그저 미신이지만, 피해자에게 이 저주는 실제적인 공포”라며 “세대를 거쳐 내려온 이 낡은 믿음은 그들이 겪을 수 있는 어떤 폭력보다도 더 강력하게 그들의 정신을 지배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에겐 의학적 치료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성매매와 학대를 피해 도망친 이들은 환각, 공황발작, 불면증 등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린다. 심리치료사들에 따르면 증상의 원인은 인신매매 과정에서 겪은 학대지만, 피해자들은 이런 피해마저도 자신들이 주주의 저주에서 풀려나지 못해 겪는 것이라고 지레 단념, 치료와 식사를 거부하곤 한다.

대신 저주를 해소하기 위해 종교 의식에 기대는 치료법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시라쿠사 칼렌티니수도원의 메리 앤 뉘보코 수녀는 노래와 기도 의식으로 피해자들을 ‘주주의 저주에서 해방’시켜, 300명이 넘는 성매매 여성들을 구했다고 소개했다.

박혜인 인턴기자(중앙대 정치국제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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