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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뒤 폐경 여성 비율 43%인데... 호르몬 치료 뒷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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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뒤 폐경 여성 비율 43%인데... 호르몬 치료 뒷전만

입력
2015.12.2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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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뒤 폐경 여성 비율 43%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 주부 A(54)씨는 날씨가 추워지자 얼굴이 화끈거리는 안면홍조 증상이 더 심해졌다. 시도 때도 없이 얼굴에 열이 오르고 별 거 아닌 일에도 남편과 아이들에게 갑자기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아지자, 폐경 증상에 좋다는 건강기능식품까지 먹어봤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 최근 월경 주기가 불규칙해진 여성 B(47)씨는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얼굴 전체에 땀이 나고, 우울증까지 생기자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면서 폐경 증상을 개선하려고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하지만 B씨의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고, 수면장애까지 생겨 결국 치료를 위해 산부인과를 찾았다.

기대 수명 증가로 ‘100세 시대’에 들어서면서 폐경이 되는 나이가 평균 49.7세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여성은 인생 절반을 폐경 상태로 지내게 된다. 또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2030년에는 폐경 여성은 전체 여성의 43%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폐경 여성의 70% 정도는 적극적인 치료를 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호르몬 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연구 결과, 호르몬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폐경으로 인한 질환 예방을 위해 좋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60세 이전에 치료해야 심혈관 질환 예방”

우리나라 여성은 평균 49.7세가 되면 여성 호르몬을 분비해 생리 주기를 조절하는 난소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생리가 중단된다. 평균 수명이 83.8세인 점을 감안하면 30년 넘게 폐경으로 인한 다양한 문제를 안고 살아야 한다.

폐경이 되면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이 결핍돼 얼굴이 붉어지고 후끈거리는 안면홍조 등 다양한 증세가 나타난다. 밤에 자다가 식은 땀을 흘리는 야간 발한, 수면 장애, 피로감, 우울증, 불안감, 기억력 장애 등 다양한 신체ㆍ정신적 증상도 생긴다. 특히 안면홍조는 심혈관 질환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근 북미폐경학회(NAMS)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에 안면홍조를 12번 이상 경험한 50대 여성은 하루 4번 이상 경험한 여성보다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높았다.

따라서 폐경 증상을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심혈관 질환뿐만 아니라 골다공증 치매 요실금 등 각종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고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진다.

여성 호르몬이 결핍되면 체중도 늘어난다. 박은정 제일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폐경기 여성은 기초 대사량이 줄고, 체지방 가운데 특히 내장 지방량이 늘어나면서 허리둘레도 증가한다”며 “평균적으로 폐경 전후로 체지방은 3.4㎏, 허리둘레는 5.7㎝ 늘어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자연 폐경이 아닌 수술에 의한 인위적인 폐경인 경우 이런 변화가 더 심각해지기 때문에 급격한 여성 호르몬 저하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여성 호르몬 보충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처럼 폐경 증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폐경 10년 이내 즉 60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심혈관 질환과 인지기능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대한폐경학회가 얼마 전 전국 45~65세 여성 2,330명에게 폐경 증상과 호르몬 치료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5% 여성들은 안면홍조, 야간 발한 등 폐경 증상을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70%는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지 않았다. 또한 폐경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폐경 여성이 가장 많이 선택한 치료법은 식이요법과 운동(36.5%)으로, 호르몬 치료(19.7%)와 건강기능식품 섭취(11.4%)를 앞섰다.

그러나 실제 식이요법과 운동을 한 여성 가운데 증상 개선에 효과적이었다고 답한 비율은 59.8%이었다. 반면, 병원 내원 및 상담 후 호르몬치료제를 처방 받아 개선 효과를 봤다고 답한 비율은 76.0%나 됐다. 즉, 폐경 증상 개선 효과에 대한 만족도는 식이요법 및 운동을 한 여성군보다 호르몬요법군이 16%포인트 더 높았다. 호르몬 치료에 부정적인 이유로는 질 출혈, 몸무게 증가, 유방통과 같은 부작용과 암 발생 두려움(88%) 때문이었다.

신정호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이는 2002년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토겐을 병합한 여성 호르몬 치료법이 유방암과 심혈관계 질환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WHI(Women's Health Initiative) 연구결과 발표 이후 호르몬 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그러나 “WHI 후속 연구를 통해 호르몬 치료가 반드시 유방암 등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했다. 그는 “에스트로겐은 좋은 호르몬으로 여성 신체 변화 연구결과, 병합호르몬요법을 시작한 폐경 환자들은 7년 동안 유방암 위험도가 늘지 않았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자궁 적출 여성에게 에스트로겐을 단독 투여하면 유방암 발병률이 떨어지고 생식기 위축, 요로감염, 골다공증, 심혈관 질환,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음이 입증됐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유방암의 상대적인 위험요소는 11세 이전 초경, 40세 이상 노령의 초산, 가족력 등이 더 높다”고 덧붙였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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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치료해도 유방암 발병 거의 안 해”

자궁이 없는 여성은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을 시행한다. 반면 자궁이 있는 여성에는 에스트로겐과 에스트로겐으로부터 자궁내막을 보호하는 프로게스토겐을 함께 투여하는 에스트로겐-프로게스토겐 병합요법을 시행한다. 프로게스토겐은 자궁내막 증식을 억제하는 긍정적 역할을 하지만 유방통증, 압통, 치밀도를 늘리고 질 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서석교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여성 호르몬 치료를 하면 폐경 관련 증상이 모두 완화하는데 유방암 증가 문제로 이런 장점이 묻혔다”며 “호르몬 투여로 인한 유방암 발생은 최소 5~7년 이상 투여해야 발생한다”고 했다. 실제 에스트로겐-프로게스토겐 병합요법으로 인한 유방암 발병률도 연간 1만 명 당 8명 꼴로 미미한 수준이다.

세계폐경학회도 2013년 여러 메타분석과 WHI 2차 분석, DOPS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에스트로겐 요법을 60세 미만인 폐경 10년 이내 젊은 폐경 여성이 시작하면 관상동맥질환 발생과 사망률을 낮춘다고 밝혔다. 김탁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호르몬 제제가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가 나온 이후 위축됐지만 이 연구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연구임을 알아야 한다”며 “실제로 호르몬요법은 폐경기 이후 나타나는 증상을 개선하는 데 장점이 많다”고 했다.

미국 뉴욕대 의대 산부인과 연구팀이 폐경 여성을 대상으로 최장 25년에 걸쳐 연구를 진행한 결과, 폐경으로 인한 갱년기 장애 치료를 위해 호르몬요법을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고 안전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유방암 발병과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프로게스토겐을 대체할 약물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로 나온 치료법이 바로 ‘조직선택적 에스트로겐 복합제’다. 조직선택적 에스트로겐 복합제는 혈관운동 증상을 위한 결합형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토겐 대신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SERMㆍ듀아비브 등)를 조합한 새로운 계열의 약물이다. 치료 효과는 높이면서 자궁을 포함한 생식기나 유방을 자극하지 않는 등 부작용을 줄였다.

이에 따라 대한폐경학회는 “에스트로겐 결핍으로 인한 증상이 나타나고 폐경과 관련된 홍조 등 혈관운동증상, 비뇨생식계 위축증상, 폐경 후 골감소증 및 골다공증 예방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호르몬요법을 쓸 수 있다”는 지침서를 내놨다. 또한, “비뇨생식기 위축과 성기능 장애도 에스트로겐 결핍으로 상피세포가 위축돼 나타나는 증상인 만큼 호르몬요법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이병석 대한폐경학회 회장(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여성은 인생의 3분의 1 이상을 폐경기를 겪게 된다”며 “이 시기를 어떻게 잘 사느냐가 중요한데 폐경학회에서는 호르몬요법을 권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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