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中 수출 100억달러 아래로
21.5% 급감 80개월 만에 최악
中 수요 부진, 공급 과잉 등 겹쳐
D램, 디스플레이 등 타격 주원인
저유가로 선박 수출 32% 감소
해양플랜트 수출은 한 건도 없어
경상흑자는 1000억弗 넘어 최고치
수입 감소로 인한 ‘불황형’ 지적도
2010년 한국의 대 중국 수출 증가율은 무려 34.8%였다. 그 해 1월 한국이 중국에 팔아치운 금액만 88억4,600만달러(약 10조6,373억원)로 2009년 1월과 비교해 거의 2배(98.1%) 가까이 늘었다. 한국이 2009년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이처럼 거대한 중국 시장 덕이기도 했다.
그런데 6년만에 정반대 상황이 닥쳤다. 중국 경기 둔화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이 직격탄을 맞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대 중국 수출은 94억8,100만달러(약 11조3,914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21.5% 급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5월(-25.6%) 이후 80개월만에 기록한 최악의 실적이다.
그만큼 중국 경기 둔화가 새해 첫 달의 수출 쇼크에 미친 영향이 컸다. 대 중국 수출액이 월 100억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1년 이후 4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드물다.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제품의 중국 수요 부진과 공급과잉에 따른 단가 하락이 원인이다. PC용 D램의 경우 지난해 1월 3.59달러에서 지난달 1.89달러로 47.4% 하락하며 반토막 났다. 석유화학과 철강 제품 가격도 같은 기간 각각 14.6%, 25.8% 떨어졌다. 이들 제품이 중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이른다.
여기에 저유가도 우리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수출이 조금이나마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까지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국제유가는 현재 배럴당 30달러선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수출 부진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 침체가 굳어져 저성장 고착화 국면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최근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것도 우리에게는 악재로 작용한다. 시중에 자금을 풀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수출을 늘리기 위한 전략인데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들에게는 가격 경쟁력에서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특히 일본 기업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 산업은 엔저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취하면서 다시 엔저 현상이 문제 될 것”이라며 “앞으로 전망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김창배 연구위원도 “지금 같은 상황이면 올해 전체적으로 수출이 마이너스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계속된 수출지표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는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경상흑자 규모는 1,059억6,000만달러(약 127조원)로 2014년(843억7,000만달러)보다 25.6% 늘었다. 이 가운데 수출입액의 차이로 결정되는 상품수지 흑자는 1,203억7,000만달러다. 지난해 수출이 전년보다 10.5% 감소했지만 수입(-18.2%)이 더 많이 줄어든 결과다. 한국은행은 “경기가 미세하나마 회복 중이고 유가하락 영향이 커 ‘불황형 흑자’란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으나 세계적 수요감소에 따른 수출입 동반 급락의 결과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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