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과 같은 밀폐공간 실험서
국내 판매 중인 11개 제품 모두
스티렌 등 휘발성 독성물질 검출
위해성 평가 기준 없어 불안감
국내에 시판 중인 생리대 10여종에서 독성이 포함된 휘발성 화합물질이 모두 검출됐다. 심지어 발암물질까지 들어 있어 월경용품의 안전성 검증과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는 21일 여성환경연대가 주최한 ‘여성건강을 위한 안전한 월경용품 토론회’에서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 연구팀은 국내에서 판매량이 높은 일회용 중형 생리대 5종, 팬티라이너 5종, 다회용 면 생리대 1종 등 총 11개 제품이 체온(36.5℃)과 같은 환경의 20L 챔버(밀폐 공간) 안에서 어떤 화학물질을 방출하는 지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약 200종의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이 방출됐고, 이중 20종의 독성화합물질(벤젠ㆍ스티렌 등)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총휘발성유기화합물은 원료는 아니며,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성분이다. 20종 외에도 유해성 평가가 제대로 안된 물질도 있다. 총휘발성유기화합물 방출량은 중형생리대는 평균 4,185ng(나노그램), 팬티라이너는 평균 7,468ng이었다. 발암성 1군 물질이자 생식독성인 벤젠은 면생리대(7ng), 중형생리대 B(1ng), D(1ng), 팬티라이너 H(1ng)에서 검출됐다. 생식독성은 생식 기능이나 태아 발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해 물질이다. 역시 발암성 물질인 스티렌은 면생리대(24ng), 중형 생리대 A(3ng), B(5ng), C(2ng), D(3ng), E(3ng), 팬티라이너 F(4ng), G(1ng), H(1ng), I(2ng), J(2ng)에서 검출됐다.
여성들이 생리대를 사용하는 환경을 고려하면 우려는 더 커진다. 10개의 생리대를 각각 착용한 상황을 적용하면 공기 중에 노출되는 총휘발성유기화합물의 농도는 2만4,670~24만7,520㎍/㎥로 측정됐다. 다만 면생리대는 구입해서 바로 사용하면 총휘발성유기화합물이 가장 많이 방출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물세탁하면 72%, 삶으면 99% 방출물질이 감소했다.
김 교수는 “우리가 숨 쉬는 공간인 다중이용시설 실내 관리 총휘발성유기화합물 기준(500㎍/㎥ 이하)과 비교하면 수십 배 이상 높은 농도에 장시간 노출되고 있는 셈인데, 500배 가까이 높은 제품도 있었다”며 “생리대와 피부 사이의 공간이 좁은 만큼 더 진한 농도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생리대에서 나온 유해물질은 휘발성이 강하고 즉각적인 피해 유발은 확인되지 않았지만,발암 물질까지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위해성 평가가 시급하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여성 외음부는 일반 피부와 달리 습기, 마찰에 취약하므로 화학물질 흡수가 용이하다”며 “의복류에 의해 폐쇄된 조건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화학물질이 존재할 경우 노출이 지속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화학물질 안전성에 대한 신중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여성용품에 함유된 화학물질 표시부터 정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금숙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장은 “생리대는 의약외품으로 화장품과 다르게 제품성분 공개 의무가 없고 휘발성유기화합물은 함유 성분이 아닌 부산물이지만 소비자의 알 권리를 고려하면 성분표시제를 도입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특히 알레르기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은 제품 겉면에 꼭 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업계도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안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외품정책과장은 “다양한 화학물질이 검출될 수 있지만 위해성은 구분해서 평가해야 한다”며 “지난해 9월부터 시중 판매 생리대의 성분을 분석하고 위해성 평가 시험법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도 “현재 일부 제품의 경우 사이트에 성분을 공개하고 있다”면서 생리대 안전성 평가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대안 생리용품으로 각광 받는 생리컵도 화학물질 방출 가능성 시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 팀장은 “라텍스(천연고무)로 만든 생리컵의 경우 니트로사민, 의료용 실리콘은 실록세인이 검출될 우려가 있지만 국내에서 검출시험과 연구가 진행된 바가 없다”며 “위해성 연구와 규제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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