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보호와 작품 손상을 이유로 촬영을 제한하는 것은 어쩐지 촌스러운 일이 됐다. ‘인증샷’을 촬영하는 게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얼마나 잘 나오는지가 전시장 방문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떠오르면서 많은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이제 포토존까지 마련하며 관람객을 유혹하고 있다.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 갤러리에서 18일까지 개인전 ‘업데이트’를 열고 있는 김가람(32) 작가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관람객이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은 뒤 작품명을 해시태그로 달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해야 작업이 완성된다. 감상자의 참여와 공감을 유도하는 작업을 진행해 온 김 작가는 7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좀 더 예쁜 인증샷을 남기실 수 있도록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셀피’와 ‘인스타그램’의 합성어이자 작품명이기도 한 ‘셀스타(SELSTAR)’는 가로 7m, 세로 1.5m 크기의 아크릴 구조물에 LED 조명을 달아 제작됐다. 조명 달린 화장대에서 착안한 작품 뒤쪽에는 촬영 전 메이크업을 손볼 수 있도록 화장품도 다양하게 구비해놨다. 수용자 혹은 체험자 정도에 머물렀던 관람객은 “철저히 대중을 중심에 두고 기획했다”는 설치물 앞에서 작품의 일부가 된다.
이번 전시에 앞서 김 작가는 ‘대중’을 ‘작품을 기다리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작품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고 새롭게 정의 내렸다. “참여자들의 태도가 과거에 비해 굉장히 적극적으로 변한 것은 물론 스스로 완벽하게 ‘작품의 한 부분’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참여자 동의 하에 퍼포먼스 장면을 촬영하곤 하는데 ‘화장할 시간이 필요하니 한 시간만 미루자’고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분들이 많아졌다”며 “‘셀스타’ 역시 대중이 주인공으로 자리잡아 가는 과정에서 탄생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전시장 한 켠에서는 지난 달 발매한 2집 음반도 감상할 수 있다. 김 작가는 가상의 걸그룹 ‘4ROSE’라는 이름으로 2014년 5월부터 매달 음원을 내고 있다. 가장 이슈가 된 기사에 달린 댓글 중에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들을 추려 가사로 활용한다. 지금까지 발표한 곡은 30여 곡. 1분 남짓의 곡은 모두 가감 없이 솔직한 표현을 특징으로 한다. 지난 달 발표한 ‘더치페이’의 가사는 “아 진짜 더럽게 징징대네” “속이 시원한 법이구먼” 등인데, ‘김영란법’이 주제다. “다음 주에 나올 곡은 당연히 ‘최순실’”이란다.
“대중과 함께 작업하는 것은 곧 작품이 끊임없이 갱신된다는 뜻 같아요. 그래서 전시도 ‘업데이트’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관람은 무료다.(02)330-6223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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