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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피(Selfie)도 예술이다

입력
2016.11.0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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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이 설치작 'SELSTAR' 앞에서 인증샷을 촬영해 해시태그를 달아 인스타그램에 올려야 김가람 작가의 작업이 완성된다. 김가람 제공
관람객이 설치작 'SELSTAR' 앞에서 인증샷을 촬영해 해시태그를 달아 인스타그램에 올려야 김가람 작가의 작업이 완성된다. 김가람 제공

저작권 보호와 작품 손상을 이유로 촬영을 제한하는 것은 어쩐지 촌스러운 일이 됐다. ‘인증샷’을 촬영하는 게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얼마나 잘 나오는지가 전시장 방문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떠오르면서 많은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이제 포토존까지 마련하며 관람객을 유혹하고 있다.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 갤러리에서 18일까지 개인전 ‘업데이트’를 열고 있는 김가람(32) 작가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관람객이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은 뒤 작품명을 해시태그로 달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해야 작업이 완성된다. 감상자의 참여와 공감을 유도하는 작업을 진행해 온 김 작가는 7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좀 더 예쁜 인증샷을 남기실 수 있도록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셀피’와 ‘인스타그램’의 합성어이자 작품명이기도 한 ‘셀스타(SELSTAR)’는 가로 7m, 세로 1.5m 크기의 아크릴 구조물에 LED 조명을 달아 제작됐다. 조명 달린 화장대에서 착안한 작품 뒤쪽에는 촬영 전 메이크업을 손볼 수 있도록 화장품도 다양하게 구비해놨다. 수용자 혹은 체험자 정도에 머물렀던 관람객은 “철저히 대중을 중심에 두고 기획했다”는 설치물 앞에서 작품의 일부가 된다.

이번 전시에 앞서 김 작가는 ‘대중’을 ‘작품을 기다리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작품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고 새롭게 정의 내렸다. “참여자들의 태도가 과거에 비해 굉장히 적극적으로 변한 것은 물론 스스로 완벽하게 ‘작품의 한 부분’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참여자 동의 하에 퍼포먼스 장면을 촬영하곤 하는데 ‘화장할 시간이 필요하니 한 시간만 미루자’고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분들이 많아졌다”며 “‘셀스타’ 역시 대중이 주인공으로 자리잡아 가는 과정에서 탄생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김가람 작가는 가상의 걸그룹 '4ROSE'로 활동하며 매달 이슈가 된 사안에 대한 네티즌 댓글을 엮어 만든 곡을 발표한다. 김가람 제공
김가람 작가는 가상의 걸그룹 '4ROSE'로 활동하며 매달 이슈가 된 사안에 대한 네티즌 댓글을 엮어 만든 곡을 발표한다. 김가람 제공

전시장 한 켠에서는 지난 달 발매한 2집 음반도 감상할 수 있다. 김 작가는 가상의 걸그룹 ‘4ROSE’라는 이름으로 2014년 5월부터 매달 음원을 내고 있다. 가장 이슈가 된 기사에 달린 댓글 중에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들을 추려 가사로 활용한다. 지금까지 발표한 곡은 30여 곡. 1분 남짓의 곡은 모두 가감 없이 솔직한 표현을 특징으로 한다. 지난 달 발표한 ‘더치페이’의 가사는 “아 진짜 더럽게 징징대네” “속이 시원한 법이구먼” 등인데, ‘김영란법’이 주제다. “다음 주에 나올 곡은 당연히 ‘최순실’”이란다.

“대중과 함께 작업하는 것은 곧 작품이 끊임없이 갱신된다는 뜻 같아요. 그래서 전시도 ‘업데이트’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관람은 무료다.(02)330-6223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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