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선 실세’최순실씨가 사실상 좌지우지해온 K스포츠재단이 롯데그룹을 찾아가 체육 시설 부지 확보 명목으로 75억원을 요구해 70억원을 받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K스포츠재단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거치지 않은 채 다른 그룹에도 자금 출연을 직접 압박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특히 이 부지는 최씨의 부동산이 있었던 하남시에 소재하고 있어 연관성이 주목된다.
27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K스포츠재단 관계자는 지난 3월 롯데그룹의 대외관계 담당 사장을 만나 “경기 하남시의 대한체육회 부지에 대형 체육시설을 짓는 데 도와달라”며 건물 설립 비용으로 75억원의 추가 자금 출연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 1월 전경련을 통해 K스포츠재단에 35억원을 출연한 상태였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미 전경련을 통해 체육, 문화 진흥 차원에서 K스포츠재단, 미르재단 출연을 요청 받고 돈을 낸 상태였기 때문에 같은 취지에서 추가 지원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에서 확보했다는 문건에선 K스포츠재단이 롯데그룹에 요청한 출연금의 규모가 35억원으로 명시돼 있지만 실제는 이 보다 2배 이상인 75억원이었다. 롯데그룹은 고심 끝에 70억원선에서 출연금을 전달했다. 그러나 K스포츠재단은 2개월 후인 5월초 부지 확보에 실패했다며 이를 롯데그룹에 돌려줬다.
눈길을 끄는 건 최씨가 전경련을 거치지 않고 K재단을 통해 직접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최씨가 제3의 기관을 통하지 않고 직접 기업에 찾아가 거액을 요구한 뒤 이를 반납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K스포츠재단에서 체육 시설을 짓겠다고 한 부지가 하남이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한 언론은 전날 최씨가 2013년 국토부가 작성한 ‘복합 생활체육시설 추가 대상지 검토’라는 미공개 개발 정보를 청와대를 통해 받았다고 보도했다. 국토부는 이 문건에서 복합 생활체육 시설 대상지로 경기 하남시 미사동 등을 선정했다. 미사동은 최씨가 보유하던 경기 하남시 신장동 카페촌 건물과 500여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최씨는 이 건물을 지난해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가 롯데를 콕 찍어 추가 출연금을 요구한 것은 검찰 수사가 임박해 궁지에 몰린 롯데의 처지를 이용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5월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다툼과 맞물려 검찰 내사가 진행되던 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선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며 “그런 상황에서 들어온 요청을 거부하긴 힘들 지 않았겠느냐”고 전했다. 최씨가 다른 기업들에게도 직접 접촉해 출연금을 요청하고 외압을 행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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