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 이후 처음으로 만났다. 민감한 현안 탓인지 양측 모두 발언 수위를 조절하려는 노력이 역력했으나 기대했던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막판에 성사된 정상회담이어서 사드에 관한 극적 타협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지난달 중국의 유엔안보리 대북 규탄성명 동참 등도 이런 기대에 한몫 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그동안 외교당국과 언론 등이 표출한 사드 반감을 재차 확인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는 사드 시스템에 반대한다”며 “이 문제의 처리가 좋지 못하면 지역의 전략적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유관 당사국 간의 모순을 격화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3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에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실질적으로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며 사드 반대를 명시한 것과 같은 논리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사드는 오직 북핵과 미사일 대응수단으로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해결되면 사드는 필요 없다는 ‘조건부 사드 배치론’을 거론하며 이해를 구했다. “제3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며 진정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시 주석이 언급한 “부정적 요인 통제” “핵심이익 존중” 등의 표현은 사드를 ‘방어적ㆍ자위적 조치’가 아닌 중국을 봉쇄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도구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한국을 한미일 3각 동맹의 가장 약한 고리로 본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한국을 압박해 미국의 아시아 전략을 흔들겠다는 의도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현실에서 사드 배치는 ‘생존의 문제’라는 우리 인식과는 거리가 멀다.
북한은 어제 한중 정상회담이 끝나기가 무섭게 동해상으로 노동미사일 세 발을 추가 발사하는 도발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모두 1,000㎞ 안팎을 날아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 400여㎞ 안쪽 해상에 떨어졌다. 지난달 3일 노동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을 때 한 발은 점화 직후 폭발했던 것과 비교할 때 진전된 결과다.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은 도외시한 채 사드를 미중 간의 전략적 수단으로만 바라보려는 중국의 행태가 답답하다.
청와대는 정상회담 후 “사드와 관련해 두 정상이 기본 입장에 의견을 교환했으며, 여러 가지 후속 소통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라는 한중 관계를 봐서라도 ‘사드 소통’을 계속 시도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자주적이고도 창의적인 외교가 더욱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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