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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웨그 그리웠지?" 리미, 관을 박차고 나오다

입력
2016.08.2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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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힙합이 국내에 상륙한 지 20여 년 만에 주류 음악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대중화 과정에서 쌓아온 노력과 실력에 비해 저평가되는 MC(래퍼)들도 생겨나고 있다.

자이언티, 지코를 사랑하지만 주석, 피타입을 모르는 새내기 힙합팬을 위해 준비했다. 여기, 새로운 라임(운율)과 플로우(흐름)를 개발하며 힙합의 발전을 끌어간 MC들을 소개한다.

가수 리미. 2000년대 초반 독특한 목소리와 라임으로 주목받았다. 킹핀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리미. 2000년대 초반 독특한 목소리와 라임으로 주목받았다. 킹핀엔터테인먼트 제공

요즘 대세는 '언프리티 랩스타'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2016년 7월 20일부터 2016년 8월 21일까지 분석한 여성 래퍼 브랜드 빅데이터 순위에 Mnet '언프리티 랩스타' 출신 가수들이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관련기사 보기)

가수 제시를 선두로 가수 육지담, 타이미, 키썸, 미료 등 명단이 화려하다. 그런데 난데없이 낯선 이름 하나가 눈에 띈다. 2000년대 초 활동하던 MC 리미(Rimi·본명 남수림)다. 방송 활동도 하지 않는 언더그라운드 래퍼가 어떻게 23위에 이름을 올렸을까. 힙합을 잘 모르는 대중에게는 생소할 테지만, 힙합계에서 리미는 남성 MC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재야의 고수로 유명하다.

1. 리미? 남수림? 두 가지 정체성을 지닌 뮤지션

1988년 독일에서 태어난 리미는 17세 때 우연히 그룹 드렁큰 타이거의 음악을 듣고 꿈을 키웠다. 2008년 발표한 믹스테이프 'Awesome Girl'를 계기로 오버클래스에 영입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오버클래스는 2000년대 초 유행하던 음악 스타일에서 벗어나 개성 있는 정체성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언더그라운드 대표 그룹이었다. MC 산이, 스윙스, 혼성 그룹 어반자카파의 조현아 등 언더그라운드의 굵직한 뮤지션들이 몸을 담았다.

리미는 2009년 오버클래스 앨범 'Collage 2'의 수록곡 'I'm Hot'으로 데뷔했다. 그 다음해 MC 감자와 함께 '리미와 감자'라는 이름으로 듀엣을 결성, 코믹하면서도 수준 높은 라임으로 호평 받았다.

이름을 알린 것도 이때부터다. 특히 '홍콩반점'이 TV를 타고 흥행하면서 오버그라운드 데뷔의 물꼬를 트게 된다. '홍콩반점' 발매 석 달 뒤 리미는 정규 1집 앨범 'Rap Messiah'를 내고 브라운관에 진출했다. '끝내러 가는 길' '엘리베이터' 등 대중적인 멜로디를 살린 곡이 사랑 받았다.

MC 감자와 함께 '리미와 감자'로 활동하던 시절. 그랜드라인엔터테인먼트
MC 감자와 함께 '리미와 감자'로 활동하던 시절. 그랜드라인엔터테인먼트

인지도가 쌓일 무렵, ‘사소한 오해’가 빚은 동료 래퍼의 디스곡에 음악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해당 디스곡을 들은 리미가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하는 건 참을 수 없다"는 이유로 고소 의향을 밝히면서 온라인 상에 갑론을박이 일었다. 디스 문화에 디스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힙합 문화에 대한 회의 때문인지 그는 2012년부터 본명인 남수림의 이름으로 담백한 어쿠스틱 발라드를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달 발매한 '관을 걸어나오며'에서 5년 만에 기존의 음악 색깔을 찾은 모습으로 팬들의 반가움을 샀다.

2. "다들 믿습니까? 림교"

'관을 걸어나오며'에는 리미 특유의 자신감이 잘 녹아있다. '내가 돌아올 때 준비되지 않은 자는 이룬 것을 모두 잃을 것이며 값을 치를 것이다'라는 가사에서는 그만의 독특한 화법을 느낄 수 있다.

리미는 자신을 신격화하는 표현을 즐긴다. 정규 1집 앨범 수록곡 '림교'에서 "다들 믿습니까? 림교, 귀 트인 나의 신도"라며 자신을 교주에 빗대었고 'Rap Messiah' '에서는 "난 신 아니면 적어도 신의 계시야"라고 실력을 자신했다. 스웨그(Swag·분위기)란 이름으로 잘난 척이 용인되는 힙합이라지만, 이쯤 되면 최고 수준이다.

그는 언어유희를 즐기는 MC이기도 하다. "짬짜면, 볶짜면, 탕짜면, 볶짬면, 탕짬면, 탕볶밥 안 먹어봤고 앞으로 안 먹을 밥"('홍콩반점' 中) "고도비만 치킨, 알이 꽉 찬 치킨, 두 마리 같은 걸로 아줌마"('치킨' 中)라는 등 노래로 웃길 줄 안다.

어쿠스틱 장르로 음악 성향을 바꾼 후에도 힙합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종종 담백한 분위기의 랩을 선보였는데, 2014년 힙합곡 '변하고 있어'를 통해 자신의 음악이 변한 이유를 고백하기도 했다.

● 리미와 감자 '홍콩반점'

● 리미와 감자 '치킨'

● 정규 1집 앨범 '끝내러 가는 길'

● 싱글 앨범 '엘레베이터'

● 남수림 '그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 싱글 앨범 '변하고 있어'

● 싱글 앨범 '관을 걸어나오며'

이소라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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