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군 지천면 신동고개는 경부역전마라톤에서 ‘악마의 구간’으로 통한다. 신동고개에 진입하자마자 급경사 비탈길이 이어지고 고개를 넘어도 3km가 넘는 거리를 더 뛰어야 소구간을 마치기 때문이다.
황규훈(64) 삼성전자육상단 감독은 “지금 선수들이 세 구간으로 나눠 뛰는 19.8km거리를 옛날에는 한 사람이 다 소화했다. 각 팀 에이스들이 총출동해 진검 승부를 벌이는 구간이었다. 나도 열 다섯 번 출전해 열 번 정도 우승했지? 아마?”라며 껄껄 웃었다.
신동고개에서 신기록이 나왔다.
충북 신현수(25)는 17일 열린 제62회 부산~서울간 대역전경주대회(경부역전마라톤) 둘째 날 제3소구간(가라골-신동 8.6km)을 26분56초에 주파하며 신기록을 작성했다. 경기 김영진(33), 서울 김태진(21) 등 라이벌 팀 에이스와 자존심 대결에서 승리했고 작년 노시완(24)이 세운 27분01초 신기록도 깼다. 신현수는 “경부역전마라톤에 10년째 출전하는데 신동고개는 처음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렇게 가파르지 않더라”고 당차게 말했다. 신기록 작성자다운 여유였다.
그는 사실 이번 대회를 집중력 있게 준비하지 못했다.
지난 달 2일 인천송도국제하프마라톤(13위), 9일과 11일 충남 전국체전 5,000m(2위)와 1만m(1위), 23일 춘천국제마라톤(국내선수 1위) 등 한 달 사이 세 번의 대회에 잇달아 출전해 체력이 ‘방전’됐기 때문이다. 신현수는 “사실 어제(첫날)는 몸을 푼다는 생각으로 달렸다. 그런데 팀의 주축이라는 선수가 그런 마음으로 뛰니 바로 기록이 뒤지고 팀 순위가 떨어졌다”며 “오늘은 정신을 바짝 차렸다”고 털어놨다. 스피드지구력이 뛰어난 그는 한국마라톤의 간판이다. 춘천국제마라톤에서 정상에 오르며 생애 첫 마라톤 풀코스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경찰대학 소속으로 군 복무 중에 거둔 성과라 의미가 더 남달랐다. 그는 “내년 9월 전역한 뒤 2018년 아시안게임과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쉼 없이 정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 대회 선두 경쟁도 불을 뿜고 있다.
종합순위에서 경기가 5시간44분04초로 선두를 굳게 지켰다. 첫 날 3위에 그쳤던 충북은 이날은 2위로 올라섰지만 종합순위에서는 여전히 서울(5시간45분53초)이 2위, 충북(5시간46분25초)이 3위다. 황 감독은 “충북, 경기, 서울의 치열한 삼파전이 대회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역전마라톤이 낳은 한국마라톤 불세출의 스타 이봉주(46) 대한육상연맹 홍보이사가 이날 대회장을 찾아 후배들을 직접 격려했다.
대전=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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