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 국정운영 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내 삶이 나아지는 나라’라는 제목의 신년사에서 남북대화에 임하는 기본입장과 개헌 구상을 피력했다. 신년사 첫머리에서 ‘삶의 질 개선’을 강조한 게 우선 눈에 띈다. 집권 첫해에는 촛불민심을 받들어 적폐청산에 진력했다면 집권 2년 차인 올해는 국민이 삶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정책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와 관련, “한반도 비핵화는 평화를 향한 과정이자 목표”라며 “남북이 공동으로 선언한 한반도 비핵화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북핵 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 정부 역시 두 가지(대화와 압박) 모두를 구사하는 대북 정책을 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2년 만에 재개된 고위급회담이 한반도 비핵화로 가는 출발점이며 북핵 폐기 없이는 한반도 평화도 불가능함을 분명히 한 것이다. 남북대화 물꼬를 트기 위해 북한의 무리한 요구까지 수용하는 게 아니냐는 보수의 우려를 잠재울 만하다. 10년간 단절됐던 남북관계를 차근차근 복원하되, 단기 성과에 집착해 성급히 개성공단ㆍ금강산 관광 등의 의제로 넘어가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 대화에 응하지 않는 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을 흔들어서도 안 된다.
문 대통령은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거듭 강조했다. 3월까지 국회가 개헌안을 발의하지 못하면 정부가 국민 의견을 수렴한 개헌안을 준비하되, 권력구조 개헌은 뒤로 미룰 수도 있다는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자유한국당이 연말 개헌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3월까지 권력구조를 포함한 알찬 개헌안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 말대로 여야 이견이 별로 없는 지방분권과 기본권 강화 개헌을 우선 추진하고 권력구조 개헌은 뒤로 미루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다만 국회 대신 정부가 개헌을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모든 정당이 국민에게 개헌 국민투표를 약속했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떠나 문 대통령의 개헌 구상을 신중히 검토해야 할 이유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삶의 질 개선을 앞세운 것은 의미심장하다. 지난달 국민 삶의 질 개선을 새해 최우선 국정목표로 정했고, 최근 정책기획위원회 출범식에서도 “정부 정책이 국민 삶을 바꾸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1인당 국민소득은 올해 3만달러를 넘어설 게 확실하지만 삶의 질 관련 지표는 여전히 바닥권이다. 삶의 질을 높이려면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양극화 해소 방안에 노동ㆍ교육 개혁을 통한 혁신 성장을 병행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문 대통령의 올 국정운영 구상 실현에는 무엇보다 정치권의 협조가 절실하다. 한반도 긴장 완화는 물론이고 삶의 질과 관련된 정책 대부분이 국회 입법으로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야당과 적극 소통, 국정운영의 동반자로서 최대한 끌어안으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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