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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시정요구에 콧방귀 '멋대로 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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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시정요구에 콧방귀 '멋대로 사학'

입력
2016.02.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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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반 갑작스러운 폐지에

재편성 요구하자 묵살 일관

행정처분 내리면 소송 맞불

감사결과 강제할 수단 없어

학급수 축소 등 학생 피해 우려

"제재 권한 강화·보완" 목소리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학교가 갑자기 미술반을 없애면 미대를 준비했던 우리 아이 꿈은 어쩌란 말입니까?”

2014년 말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에는 불만에 찬 학부모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서울 양천구의 명문 사립 A고가 예체능계 학생을 위한 기존의 미술반을 폐지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 입학 성적이 부진하다는 이유였지만 학부모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급작스럽게 결정됐다. 급기야 미술반 폐지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은 1인 시위까지 벌였고, 시교육청은 장학지도 후 교육과정을 편성한 관계자 징계와 미술반 편성을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는 교육과정 편성 담당자에 대한 징계요구를 묵살한 것은 물론이고 미술반 폐지도 강행했다. A고의 교육청 무시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전임 이사장이 행정실장을 부당하게 해고하면서 들어간 소송비용 2억여원을 법인회계에 보전하라는 교육청의 처분에 불복해 같은 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교육청 제재가 사립 학교에서 효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일선 학교에 대한 교육청의 지도 감독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감사 결과 등에 따른 시정 요구를 학교가 따르지 않거나 행정소송을 남발해도 교육청 차원에서 이를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사학재단의 재량권과 징계권을 폭넓게 보장해주는 사립학교법 탓에 교육청은 사립학교를 감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은 있으나, 감사 적발사항에 대해선 강제력 없는 시정요구밖에 할 수 없는 실정이다.

25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 감사 결과에 따라 내린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않은 서울 시내 사립 학교법인은 현재 21곳, 미이행 건수는 총 81건(지난해 12월 29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시정요구 미이행 법인은 서울 시내 전체 사학법인 137곳의 15%에 달한다. 비위 사실이 적발돼 시정 요구를 받은 사립학교 상당수가 당국 제재를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교육청 관계자들은 제도적으로 감사결과에 따른 지적사항을 시정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한다. 가장 효과적인 시교육청의 제재 수단이 학급 수를 줄이거나, 교육환경개선비ㆍ재정결함보조금 감축 등이지만, 이 같은 행정처분을 내리면 학교는 막무가내식 행정소송으로 맞서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교육청의 행정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사학법인이 제기한 행정 소송은 39건이다. 시교육청 법무팀 관계자는 “지금도 사학법인이 제기한 행정소송 5건이 1, 2심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사립학교가 제기한 소송에 대비하는 것만 해도 업무 부담이 상당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학급 수를 줄이거나 보조금을 감축하면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간다는 점도 시정 요구를 이행 않는 학교를 제재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시교육청 학교지원과 관계자는 “재학생과 졸업생 동문회, 학부모 반발까지 고려하면 학급 수를 줄이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며 “교육환경개선비 감축도 무작위로 학교에 배정될 학생들을 생각하면 처분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시교육청이 학급 수를 강제로 줄인 사례는 회계 부정 등의 심각한 비리가 수 십여 년간 지속적으로 적발돼 왔던 충암학원이 유일할 정도다.

교육 당국의 지도 감독 권한이 유명무실해진 가운데 피해는 고스란히 내부고발자가 떠안는 실정이다. 공립학교와 달리 사립학교는 상시적인 감독이 어려워 내부자의 제보를 받고 교육청이 감사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위 사실이 적발돼도 시정 조치에 강제력이 없는 탓에 학교가 오히려 내부 고발 교사를 탄압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입학생 성적조작 의혹 등을 폭로한 전경원 교사에 대해 징계절차를 강행하고 있는 하나고와 내부 고발 교사를 세 차례나 중징계한 동구마케팅고 등이 대표적이다.

김형남 시교육청 감사관은 “장기적으로는 사립학교 운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현행 사립학교법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교육청의 지속적인 이행 요구를 따르지 않는 학교에 대해 관련 법령에 따라 이사장 취임승인 취소까지 강행하는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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