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는 최순실씨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핵심 증인들이 나오지 않아서인지 맥 빠진 상태로 열렸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 등 출석 증인들의 답변 또한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진실 규명을 위해 마련한 청문회가 불성실 답변의 경연장이 됐으니 이를 지켜본 국민의 심경은 불편하고 착잡하기만 할 것이다.
그 가운데 김 전 비서실장이 보여준 모습은 특히 실망스럽다. 국정농단 사건에 누구보다 책임이 큰 그다. 알고 있는 바를 소상히 공개해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게 마땅한데도 시종 ‘모르쇠’와 잡아떼기를 반복했다. 고위 공직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도의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김 전 실장이 청문회에서 밝혔어야 할 의혹은 국정농단의 주역인 최순실씨를 알고 있었는지, ‘세월호 7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 ‘김영한 비망록’의 실체는 무엇인지 등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한결같이 “모른다”거나 “아니다”였다. 무엇보다도 최씨를 알았느냐는 질문에 “최씨를 알았다면 연락을 하거나 통화를 했을 것이니 검찰이 조사하면 다 알 것”이라며 매끄럽게 비켜갔다. 그러나 그가 2년 전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대답이다. 최씨를 모른다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튈 국정농단 사건의 불똥을 원천 차단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해서도 “청와대 관저의 일은 알지 못한다”며 선을 그었다. 학생들이 생사의 기로에 있던 순간 대통령이 머리를 만지느라 시간을 소비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자신이 “세월호 시신 인양은 안 된다”고 했다는 ‘김영한 비망록’의 내용에 대해 김 전 실장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고 그렇게 지시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개입 의혹은 “있을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잡아뗐다.
이렇게 어느 것 하나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책임을 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당장 차은택씨를 만난 과정을 놓고도 차씨와 그의 발언이 엇갈리는 등 김 전 실장의 대답에 의문을 품게 하는 증언과 정황이 한둘이 아니다. 김영한 비망록이 추후 증거로 채택된다면 그에게 적용될 혐의는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김 전 실장이 연루된 수많은 잘못은 청문회 이후에라도 특검 등을 통해 끝까지 밝혀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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