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가사도우미 80대 노파,
장물아비 꾐에 빠져 푼돈에 넘겨
이 시인 형제-백부간 서신 등 1만여 점
장물아비, 고미술품업자에 3000만에 판매
도난 유물 전량 회수 성공… 박물관 보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민족시인 이상화 백부 고택을 관리해 온 가사도우미가 이 집에 보관 중이던 이상화 시인 형제와 큰 아버지와 주고받은 서신과 엽서, 생활용품 등을 훔쳐 단돈 200만원에 팔아 넘겼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고미술품 판매업자에게 넘어간 유물운 다행이 경찰 수사를 통해 모두 회수됐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24일 대구 중구 서성로에 있는 고 이일우 선생의 고택에 보관하던 유물을 훔쳐 장물아비에서 200만 원을 받고 팔아 넘긴 혐의(절도 등)로 가사도우미 김모(85)씨를 불구속입건했다. 김씨에게 접근해 넘겨받은 유물을 3,000만 원을 받고 다시 판매한 장물아비 이모(61)씨와 고미술판매업자 이모(49)씨 등 2명도 문화재보호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장물취득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상화시인 형제가 부친이 작고한 뒤 어린 시절을 보낸 백부인 소남 이일우 선생 고택에서 40여 년간 가사도우미를 하던 중 창고에 보관 중이던 유물 1만1,263점을 2013년 3월 후손 몰래 장물아비 이씨에게 넘겼다.
빼돌린 유물은 이 시인과 대구 최초의 서양화가이면서 독립운동가인 형 이상정 장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을 지낸 이상백 형제가 백부 등과 주고받은 편지류 3,307점, 엽서 1,855점, 자필 등 물건 5,018점, 책, 술항아리 등이다. 이상정 장군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비행사인 권귀옥과 결혼했다.
고미술품 판매업자로부터 유물을 압수한 경찰은 훼손 방지 등을 위해 국립대구박물관에 임시로 보관 중이다.
도난당한 유물은 전문가 감정을 거치지 않아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시인 형제와 백부의 위상, 100년 전 일제강점기 때 우리의 생활상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사료라는 점에 비춰 상당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