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문제로 기정사실화 분위기
헌법재판소 수용 가능성 고려해야
법리적 명분 충분히 확보 못하면
노무현 때처럼 역풍 맞을 수도
“비박 캐스팅보트 전략” 시각도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정치권에선 자리에서 강제로 내려오게 하는 탄핵소추 시나리오가 힘을 얻게 된다. ‘100만 촛불 집회’를 통해 하야 민심이 확인된 만큼 야권은 탄핵의 추진 동력도 얻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4일 “새누리당 비박(박근혜)에서 탄핵을 얘기했다. 물밑 대화를 종합하면 (여당에서 탄핵 찬성표가) 40여석은 확보 가능한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재 무소속을 포함해 야권 의석수가 171석이기 때문에 탄핵 소추안 본회의 의결을 위해서는 최소 29명의 여당의원들 동의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친박ㆍ비박으로 갈라진 여당 상황에서 40명을 끌어들이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야권은 탄핵이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며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다만 당장 추진하는 것에 대해선 신중한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국회 의결문제와 함께, 헌법재판소의 수용 가능성까지 충분히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탄핵의 법리적 명분이 먼저 충분히 확보돼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역풍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60ㆍ구속)씨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공모’가 적시되거나, 검찰이 박 대통령 조사 이후 불법성을 인정할 만한 내용을 공개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2004년 야권(현재 새누리당)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총선 관련 발언에 대해 ‘공무원의 선거 중립 위반’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을 근거로 탄핵을 추진했다.
새누리당에선 친박ㆍ비박을 가리지 않고 박 대통령의 탄핵을 말하고 있다. 비박계 잠룡인 김무성 전 대표는 전날 “헌법의 최종적 수호자인 대통령이 헌법을 위배했기 때문에 탄핵 추진의 법률적 요건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친박 김진태 의원도 “작금의 혼돈보다는 나라를 위해 헌법이 정하고 있는 유일한 절차인 탄핵으로 가서 심판을 받아보자”고 했다.
하지만 야당은 탄핵의 역풍은 야당 몫인 만큼 여당이 일부러 탄핵을 유도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의 탄핵 발언도 당내 역학관계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야권이 탄핵을 추진하면 비박 강경파가 캐스팅보트를 쥐게 돼, 이정현 대표 등 친박 진영의 퇴진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 게다가 유승민 의원 등이 탄핵에 반대하고 있어 비박계를 믿고 탄핵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게 야권의 시각이다. 야권 한 인사는 “친박 진영도 박 대통령 퇴진 말고는 답이 없는 상황에서 보수 성향 지지자들의 마음을 돌릴 반전 카드로 탄핵을 이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헌재가 국회의 탄핵의결서를 접수하면 180일 이내에 탄핵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 기간 대통령의 직무 권한은 정지되고 국무총리가 이를 대행하게 되는데, 이에 따른 국정공백대비 또한 정치권의 숙제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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