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싱크탱크 창립준비 심포지엄서 기조연설
“국민 개개인이 돈 버는 국민성장의 시대로”
‘국민성장 시대’ 화두 던져
낡은 체제ㆍ가치ㆍ질서에 대해
이념 넘는 ‘국가 대개조’ 주문
학계ㆍ지지자 600여명 몰려
사실상 대선 출정식 방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6일 국민 개개인의 삶이 나아지는 ‘국민성장 시대’라는 화두를 앞세워 본격 대권 행보의 닻을 올렸다. 저성장의 덫에 빠진 우리나라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준비된 대선후보’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에 집중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책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가칭ㆍ이하 국민성장) 창립준비 심포지엄의 기조연설을 통해 “국민들은 먹고 사는 게 너무 힘든 나머지 고통과 절망 속에서 그야말로 폭발 직전”이라며 “지금의 심각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권 교체’와 함께 반드시 ‘경제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그러면서 사회 모든 분야에서의 낡은 체제와 가치, 질서 전반에 대해 이념과 진영을 뛰어넘는 ‘국가 대개조’를 주문했다. 그는 “반칙과 특권과 부패에 대해선 과거 어느 때와도 비교되지 않는 ‘대청소’를 꼭 해야 한다”며 “내년 대선에서 어느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대한민국을 대개조하는 수준으로 담대하게 바꾸지 않는다면 국민 삶이 나아질 수 없고 나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명박ㆍ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선 “완전히 실패했다. ‘대한민국 굴욕의 10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문 전 대표는 화두로 내세운 국민성장의 개념에 대해 “국민 개개인의 삶이 나아지는, 정의로운 성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구상으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 ▦기회의 나라 ▦미래에 대한 투자 ▦과감하고 담대한 지역분권을 통한 지역중심 성장을 제시했다.
공정한 시장 질서를 위한 재벌지배구조 개혁 방안으로 ▦독립감사위원회 도입 ▦지주회사 의무소유비율과 행위규제 강화 ▦주주대표소송 활성화에 대한 전향적 검토를 주장했다. 대기업ㆍ중소기업 간 공정 경쟁을 위한 방안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법인과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정상화 ▦특혜적 비과세감면 폐지 등을 제시했다.
또 미래 투자를 위해 ▦난임시술 지원 전국민 확대 ▦아동수당 도입 ▦셋째 자녀부터 출생에서 대학 졸업까지 보육ㆍ교육ㆍ의료 국가 책임 ▦신혼부부 대상 일정기간 반값임대주택 제공 ▦치매 국가책임제 등 저출산ㆍ고령화 해법을 제시했다. 지역중심 성장을 위해서는 ▦선도기업ㆍ지역전략산업ㆍ대기업 본사의 지방이전 ▦지역대학 기반 혁신지구 조성 ▦지역 재투자법 제정을 거론했다.
특히 문 전 대표는 경제양극화의 원인으로 꼽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민주정부 10년도 그 문제는 해결 못했다는 반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의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지만, 일각에선 “중도 확장을 위해선 참여정부의 과(過)에 대한 보다 분명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설에서도 보수의 전유물인 ‘성장’을 36회 언급하는 등 중도로의 확장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문 전 대표는 연설 말미에 “이명박ㆍ박근혜정부의 실패에 기대어 그 반사이익으로 정권을 잡겠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히 안일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며 ‘권력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안보에 대한 구상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국민성장의 한반도 안보성장추진단 단장을 맡은 최종건 연세대 교수의 이날 발표에 따르면,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은 경제 정책 외에 국가 안보환경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가능하다는 ‘안보ㆍ경제 동반론’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행사는 학계와 지지자 600여명이 몰려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연구소장을 맡은 조윤제 서강대 교수와 부소장을 맡은 조대엽 고려대 교수 외에 상임고문을 맡은 한완상 전 부총리, 자문위원장을 맡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등이 참석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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