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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전두환의 저주

입력
2017.03.2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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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경선 분위기가 아슬아슬하다. 27일 호남권을 시작으로 권역별 투표를 앞두고 주자들 간 네거티브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친노무현에 뿌리를 둔 문재인 안희정 두 후보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은 게 아닌가 싶게 험악해졌다. 안 후보는 22일 문 후보를 향해 “얼마나 질겁하게 만들고 정 떨어지게 하는지 아는가” 라고 쏘아붙이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전날 밤 MBC TV 토론 중 문 후보와 네거티브를 놓고 심하게 얼굴을 붉힌 뒤끝이다.

▦ 그간 문 후보가 안 후보의 ‘대연정론’ ‘선한 의지’ 발언을 몰아붙이면서 두 사람의 사이가 크게 벌어졌다. 여기에 문 후보의 ‘전두환 표창’ 발언을 둘러싼 갈등이 기름을 부었다. 19일 KBS 경선토론회에서 문 후보가 특전사 군복무 시절 전두환 1여단장에게서 표창 받은 사실을 밝힌 게 불씨였다. 문 후보는 즉석에서 최성 후보로부터 “그걸 버려야지 아직도 갖고 있나”라는 힐난을 들었다. 다른 후보 캠프들로부터도 “과도한 안보 콤플렉스에 빠진 것” “광주시민에 대한 모독” 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 안 후보 측도 “경솔한 발언에 대해 광주와 호남 민중에 사과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안 후보 자신은 “군 복무를 성실히 했다는 애국심 강조 끝에 나온 발언”이라며 이해를 표시했지만 문-안 두 캠프 간 골은 패일 대로 패였다. 문 후보가 자신의 안보관에 대한 공세를 의식해 전두환 표창 얘기까지 꺼낸 것은 경솔했다. 물론 조금만 더 요령 있게 표현했더라면 딱딱한 토론 중에 좌중을 웃기는 유머 소재가 될 수도 있었을 터이지만 무엇보다 정책과 비전이 아니라 해프닝을 놓고 두 캠프가 죽자 살자 싸우는 꼴이 안타깝다.

▦ 문 후보는 자신이 영입했던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의 전두환 전 대통령 옹호 발언으로도 곤욕을 치렀다. 5ㆍ18 당시 전두환씨가 발포명령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 인터뷰가 문제 됐다. 이래저래 진보 진영이 그토록 비난하고 극복하고자 했던 전 전 대통령이 민주당 경선판을 흔드는 꼴이다. 그러는 사이 전 전 대통령의 신군부 세력에 뿌리를 둔 정당 대선주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비꼬는 공세를 펴고 있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민주당 주자들은 지금 엉뚱하게도 ‘전두환의 저주’에 걸려 허둥거리고 있는 건 아닐까. 이계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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