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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굴려주는 로봇, 투자성향 진단부터 매매까지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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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굴려주는 로봇, 투자성향 진단부터 매매까지 척척

입력
2016.01.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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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 KB국민은행 등

“편리하고 쉽게 자산관리” 표방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경쟁적 출시

과거의 빅데이터 알고리즘 활용해

예측 가능한 장세에선 성과 기대

변동성 커지면 대응 한계 지적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투자할 때 감내할 수 있는 손실은 어느 정도입니까?” “과거 어떤 상품에 투자하셨나요?”

17일 NH투자증권 홈페이지에서 로보어드바이저 ‘QV로보어카운트’ 체험하기 버튼을 마우스로 클릭하자 위험성향 진단을 위한 질문이 차례로 떴다. 설문을 마쳤더니 5단계 위험성향 중 3단계인 ‘위험중립형’으로 진단됐다. 이어 종잣돈 1,000만원으로 시작, 매월 50만원씩 투자해 3년 뒤 3,000만원을 모으겠다는 재무목표를 입력했다. 불과 몇 초 후 QV는 목표 달성을 위한 투자종목으로 상장지수펀드(ETF) 종목인 ‘KODEX 200’과 ‘KODEX 중국본토 A50’을 권했다. 종목별 자세한 매매 전략도 보여줬다. KODEX 200의 경우 가격 변동 폭이 200원일 때마다 40만원씩 분할 매수하고 약정종목의 잔고 수익률(전일 종가 기준)이 3%가 되면 매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투자했을 때 기대수익률은 4%로, 2019년 1월엔 원하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실행하기’ 버튼을 눌러 계약을 하면 QV는 앞으로 해당 종목을 자동매매하게 된다.

자산관리 대중화의 주역

투자성향 진단부터 자동매매까지 인공지능이 자산관리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을 의미하는 ‘로보’(Robo)와 조언자를 뜻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 고객의 투자성향에 따라 맞춤형 투자전략을 제공하는 일종의 로봇 자산관리사다.

증권사와 은행권은 최근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지난해 12월NH투자증권은 국내 금융권 최초로 자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QV를 출시해 시범 서비스 중이다. KB국민은행은 11일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자문사인 쿼터백투자자문과 계약을 맺고 로보어드바이저 자문형 신탁상품인 ‘쿼터백 R-1’을 출시했다. KEB하나은행, KDB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자산관리 서비스 역량이 금융회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대두되면서 국내외에서 각광받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로 자산관리의 문턱을 낮춰 고객층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주로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해 왔던 기존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와 달리, 적은 투자금액으로도 쉽고 편리하게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에서도 이 같은 높은 접근성을 무기로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고객군을 형성한 상태다.

아직 걸음마 단계…이용에 신중해야

하지만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해외와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다. 자산관리를 맡길 업체를 선정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업체마다 위험성향과 자산배분을 도출할 때 쓰는 고유한 분석기법이 달라 제안하는 포트폴리오 형식이나 내용에서 적잖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쿼터백투자자문의 경우 QV와 다른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제안한다. 쿼터백 로보어드바이저에서도 투자성향을 ‘위험중립형 5단계’로 진단 받고 QV와 동일한 재무목표를 입력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쿼터백은 큰 틀에서 ▦주식 53.8% ▦채권 31.3% ▦상품 5.8% ▦통화 9.1%에 투자하라고 제안하고, 구체적으로 KODEX China H(12.5%), KODEX Japan(12.2%) 등 12개 투자종목별 투자비중을 제시했다. QV가 제한된 포트폴리오로 투자종목의 매수ㆍ매도 타이밍 등 매매 전략을 보여주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 쿼터백은 다양한 자산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내놓는 차이가 있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급변하는 시장에서 아직 검증된 적 없다는 사실도 한계로 지적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과거 빅데이터와 정해진 알고리즘(문제해결 절차)을 활용하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박스권 장세에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지만 금융위기 등 변동성이 큰 급등락장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위창 현대증권 연구원은 “성과에 대한 충분한 자료가 축적돼야 업체별 분석기법에 대한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도 “당분간 전통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100%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슈왑, 뱅가드 등 해외 투자자문사처럼 기존 투자자문 서비스에 로보어드바이저를 결합한 형태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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