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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챔피언 선정 후에 되레 고꾸라지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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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챔피언 선정 후에 되레 고꾸라지는 기업들

입력
2015.04.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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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핵심 정책금융 사업, 수출銀이 유망기업 선정해 지원

23개사 작년 영업이익 16% 급감, 인증 이후 지원 줄자 실적 악화

"성과 욕심에 무리한 선정" 지적, 허위대출 파문 모뉴엘도 인증기업

2013년 8월 수출입은행은 스마트폰 관련 부품기업인 에스맥을 ‘한국형 히든챔피언’으로 선정했다. 정부 지원을 통해 우량 기업으로 성장했으니 믿고 투자를 해도 좋다고 국책은행인 수은이 일종의 ‘보증’을 해준 것이다. 이 기업은 히든챔피언 육성대상기업으로 선정된 지 불과 1년 만에 히든챔피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듬해 에스맥은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설 만큼 실적이 악화됐다. 2010년 1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이 2013년 477억원까지 불어났지만 히든챔피언 선정 후 도리어 실적이 고꾸라진 것이다.

수출입은행이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을 위해 히든챔피언으로 선정한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금융 사업으로 5년여에 걸쳐 16조원이 넘는 금융 지원이 이뤄졌지만, 정작 정책의 수혜를 받은 기업들의 실적은 뒷걸음치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 터진 모뉴엘 사태에 이어 히든챔피언 사업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7일 한국일보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세 차례에 걸쳐 히든챔피언 인증기업으로 선정된 23개사(2012년 선정된 모뉴엘은 파산으로 제외)의 작년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은 평균 477억원으로 전년도 566억원에 비해 16%가 감소했다. 매출 역시 평균 8,683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 가량 줄었다. 이는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의 매출액(-0.43%)과 영업이익(-12%, 삼성전자 제외 -2%), 코스닥 상장사의 매출액(1.24%)과 영업이익(-4.3%) 증감률을 모두 밑도는 수치다.

수은은 2009년부터 세계시장 지배력이 있는 글로벌 중견기업을 키우기 위해 연간 매출이 400억원 이상이면서 수출로 올린 매출이 20억원 이상인 기업 중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골라내 히든챔피언 육성대상으로 선정했다. 현재 육성대상 기업은 298개에 이른다.

히든챔피언 지원대상기업 금융지원 실적.jpg/2015-04-08(한국일보)
히든챔피언 지원대상기업 금융지원 실적.jpg/2015-04-08(한국일보)

수은은 이들 기업에 대출, 컨설팅 등 금융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지원한 뒤 해당 기업들이 ▦수출 3억달러 이상이고 세계시장 5위 이내이거나 ▦매출 1조원 이상이고 수출 비중이 50% 이상인 경우 등의 요건을 달성할 만큼 성장하면 히든챔피언으로 인증해 줬다.

문제는 이 같은 지원과 검증을 거쳐 선정된 기업들의 실적이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인증기업이 된 직후 실적이 급락하는 경우가 많다. 디와이는 인증기업에 선정된 2012년 46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후 2013년(230억원), 2014년(184억원) 등 매년 실적이 감소했다. 2013년 선정된 루멘스도 그 해 525억원을 기록한 영업이익이 이듬해 200억원으로 줄었다. 실적이 소폭이라도 개선된 회사는 23개사 중 8개에 불과했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수은이 실적 올리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수은은 2012년까지 인증기업의 선정 목표를 100개 업체로 제시하고 육성기업들에 평균 300억원의 금융지원과 6.4건의 비금융지원을 제공(2012년 기준)했다. 성과를 내기 위한 막대한 지원 덕분에 인증기업에 선정이 됐지만, 일단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되고 나면 지원이 줄어들면서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증기업에 선정된 한 업체 관계자는 “육성기업에 선정된 후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갑자기 인증기업이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인증기업이 되면 금리 등의 혜택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히든챔피언 사업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2012년 히든챔피언 인증기업에 선정된 모뉴엘은 작년 12월 90%에 이르는 허위 매출이 발각돼 수은은 모뉴엘에 신용 대출해 준 1,000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지난달에는 육성기업에 선정된 플랜트 설비업체 우양에이치씨가 부도처리됐는데, 수은은 작년 3분기에만 이 업체에 연 1.60~2.31%의 저리로 247억원의 운전자금 대출을 해준 바 있다. 정책금융의 특혜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다.

수은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지난해 경기 부진의 여파로 중소기업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며 “외부컨설팅을 통해 히든챔피언 사업 전반에 대한 개선 방향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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