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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 기증한 인체조직이 돈벌이 수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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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 기증한 인체조직이 돈벌이 수단으로

입력
2015.11.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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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업체에 94% 배분돼 생산

미용 등 비보험 용도 공급 치우쳐

피부 10%만 화상치료용 만드는 업체도

공공 조직은행 아직 없는 탓

뼈와 피부와 같은 인체조직의 국내 유통량은 지난해 38만4,236건으로 2년 만에 8만건 가까이 증가했다. 교통사고, 화재 등으로 인한 조직 이식 사례가 늘어나는 것과 더불어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노후화된 인체조직을 교체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75%는 수입, 25%는 국내 기증을 통해 조달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무상 기증된 인체조직 10개 중 9개가 민간영리업체에서 가공돼 시중에 상업적으로 유통되면서 기증자의 순수한 의도가 퇴색되고 있다. 필요한 환자에게 공공재로 배분되어야 할 인체조직의 유상유통에 대해 당국은 법적 정비가 되지 않았다며 아무런 제재조차 못하고 있다.

12일 국내 유일의 인체조직 기증지원기관인 한국인체조직기증원(KFTD)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시신기증 등을 통해 확보된 인체조직은 1,987개 수준이다. 이 가운데 KFTD가 직접 가공해 생산한 인체조직은 116개(6%)에 그쳤고, 나머지 1,871개(94%)는 국내 4개 민간가공업체에 넘겨졌다. 지난해에는 전체 3,199개 가운데 3,069개(95%)가 민간가공업체로 배분된 것으로 집계됐다. 무상 기증된 조직이 ‘상품’으로 시장에 유통돼 누군가는 이를 통해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 대상인 치료용 생산은 뒷전

영리업체 특성상 이윤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의 생명 또는 건강과 직결된 급여 항목(건강보험 적용) 품목보다는 돈이 되는 비급여(건강보험 미적용) 품목을 생산하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국내 기증된 인체조직을 KFTD를 통해 받아 최종 이식재를 생산하는 A사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필수 이식재는 일부만 생산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6개월간 제공된 10만㎠의 피부조직 가운데 필수 이식재인 ‘화상환자용 피부이식재’의 가공량은 10%인 1만㎠에 그쳤다. 나머지는 재건치료용 피부 이식재 등 비급여 품목으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급여 인체조직은 각종 질환으로부터 고통받는 환자의 생존과 치료를 위한다는 기증자의 의도와 달리, 성형외과 등에서 미용 목적으로 시술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기증된 인체조직이 상품으로 전락한 현실은 인체조직을 가공해 환자에게 필요한 최종 이식재로 만드는 별도의 공공조직은행이 없는 탓이다. KFTD는 전국에 4개의 조직은행을 운영하고 있지만 시설 및 장비 부족으로 기증된 인체조직의 채취 및 일부 가공만 담당하고 있다. 때문에 민간영리업체가 전문기술을 활용해 기증된 조직을 최종 이식재로 생산하고 가격을 자율적으로 책정해 병원에 판매해도 당국은 손을 쓸 수 없는 실정이다. 정부 주도로 환자에게 분배되는 장기와 달리 인체조직은 기증 후 상당수가 민간 영역에서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필수 이식재 수입에 의존… 안전성 우려도

무상 기증된 조직으로 누군가 돈을 버는 시장구조가 정착되면서 그만큼 생명이 위급한 중증 환자들에게 돌아갈 이식재는 줄어들고 있다. 인체조직 기증 자체도 적지만, 기증된 조직마저 100% 필수이식재로 생산되지 못하면서 필수 이식재의 국내 자급률은 현저히 떨어져 있다. 화상환자용 피부 이식재의 경우 2013년 기준으로 전체 공급량 가운데 수입비중이 76%에 달했고, 본칩(뼛조각)의 경우 90%가 수입산이었다. 때문에 지난해에는 이식재의 수입에 차질이 생겨 급성 화상환자들이 이식할 피부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작년 7월 방화로 집에 불이나 전신 화상을 입은 20대 여성의 경우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KOST)의 긴급지원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는데, 저소득층이라 지원대상에 해당되고 때마침 국내에 기증된 피부 이식재가 있었기에 그나마 가능했던 일이다.

해외 의존도가 높다 보니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부작용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미국에서 리콜 조치된 뼈와 피부 조직이 한국 환자들에게 대거 이식된 게 뒤늦게 알려져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국내 인체조직 수요량이 계속 늘어나면서 현 체제를 개선하는 일은 시급해지고 있다. 수요가 늘면 기증도 따라 증가해야 하는데, 기증한 인체조직이 영리 목적에 사용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기증문화를 확산시키는 데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인체조직 기증자는 인구 100만명당 4.7명(2011년 기준)으로, 미국(100.7명) 프랑스(19.3명) 등과 비교하면 상당히 적은 상황이다. 유명철 KFTD 이사장은 “국가가 매년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기증자를 발굴하지만, 막상 환자에 꼭 필요한 급여품목 위주의 필수 이식재의 공급은 일부에 그치고 있다”면서 공공조직은행의 설립을 촉구했다. 공공조직은행이 철저한 비영리 원칙에 입각해 가공과 분배까지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증운동을 주도하는 종교계도 인체조직도 공공재로서 공정하게 분배될 때 기증이 활성화되고, 많은 이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동익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총무는 “기증자가 자신이 기증한 신체조직이 가공기관에 의해 이윤을 붙여 시장에 공급되는 사실을 알면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금의 인체조직 시장은 생명 윤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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