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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임명 주도권 치킨게임… 미로에 빠진 거국중립내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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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임명 주도권 치킨게임… 미로에 빠진 거국중립내각

입력
2016.11.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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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출구 없는 치열한 수 싸움

서로 까다로운 조건만 내세워

용어조차도 정치적 셈법 앞서

새누리 구체적 밑그림 제시 없고

민주 “대통령은 빠져야” 고수

野 3당도 셈법 제각각 이견만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전국 시도당원들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게이트' 진상규명 보고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전국 시도당원들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게이트' 진상규명 보고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정치권이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정 공백의 해법으로 등장한 ‘거국중립내각’을 놓고 수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용어부터 새누리당 일부에선 ‘중립’을 뺀 거국내각을, 야권은 거국중립내각이라고 부를 만큼 복잡한 게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상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만 내세우며 협상의 물꼬를 트기는커녕 입장 차만 벌리는 양상이다. 특히 내각 핵심인 국무총리 임명의 주도권을 서로 놓지 않으려 하면서 상황은 갈수록 꼬이고 있다. 역대 최악의 정국 혼란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정치적 셈법만 앞세우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실타래를 풀어야 할 새누리당은 거국중립내각을 하겠다는 빈 껍데기 선언만 한 상태다. 여당 지도부는 지난달 30일 긴급 최고위원회의 직후 “책임 있는 집권 여당으로서 선도적으로 적극적으로 이 사태를 해결해 나가자는 큰 뜻에서 거국내각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거국중립내각의 그림이나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절차에 대한 해법은 내놓지 않았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거국중립내각의 성격과 논의 주체가 누구냐는 질문에 “국민적 동의를 받을 수 있는 분이 총리가 돼야 한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만 말했다. 대통령이 최소한 외치에 대한 권한을 유지하고, 신임 총리는 내치를 총괄하며 ‘행정 각부 통할’, ‘국무위원 제청 및 해임건의’ 등의 권한을 발휘하면 거국중립내각의 뜻을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나경원 의원은 “책임총리를 잘하면 그게 거국내각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정진석 원내대표가 지난달 28일 박 대통령을 만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야권 인사들을 총리 후보로 추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야권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조차 “일단 위기를 넘기고 보자는 꼼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진정 거국중립내각을 실현할 의지가 있다면 박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 국회의장을 만나 협조를 요청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그런데 새누리당이 야당 인사 이름을 흘리며 입맛에 맞는 인사를 총리에 앉히려 했다는 의혹만 사는 바람에 일을 그르쳤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거국중립내각 구성에서 박 대통령이 빠져야 한다는 점을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다. 국정 혼란의 원인 제공자인 대통령의 입김이 미치지 않는 환경에서 여야가 협의해 총리 후보를 정하고 이렇게 뽑힌 총리에게 국정 운영의 실질적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사실상 야당이 총리를 결정하고 청와대와 여당은 이를 그냥 받으라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정치적 실권을 다 빼앗는 것이라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사실상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심지어 야3당 원내대표들은 1일 회동에서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놓고 입장이 엇갈렸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말하는 거국내각은 면피성 국면전환용”이라며 반대 입장을 나타낸 반면, 국민의당은 “박 대통령의 탈당을 전제로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간 회담을 통해 총리를 합의 추천하자”고 제안했다. 정의당의 노회찬 원내대표는 “1년4개월짜리 거국내각은 유례가 없다”면서 “대선 관리를 위한 과도중립내각을 구성한 후 대선을 내년 봄으로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여야가 정국 안정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차분하게 대응해도 모자랄 판에 각자 욕심만 챙기려 하다 보니 아무 것도 풀리지 않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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