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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수 기자

등록 : 2018.04.03 18:00
수정 : 2018.04.03 19:07

부산의 상징 오륙도 너머엔 푸른 물결 넘실

바위 절경 아찔한 이기대해안산책로 vs 갈때는 케이블카 송도해안산책로

등록 : 2018.04.03 18:00
수정 : 2018.04.03 19:07

'갈맷길' 이기대ㆍ송도해안산책로

송도해상케이블카에서 본 해안산책로. 기암괴석과 시원한 영도 앞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길이다. 부산=최흥수기자

해운대나 광안리 말고 색다른 바다 없을까? 한 지역의 정서와 풍광을 즐기기에 걷기 여행만한 것이 없다.부산에도 북동쪽 기장 임랑 해수욕장에서 남서쪽 가덕도 천가교까지 바다와 낙동강을 따라 ‘갈맷길’이 조성돼 있다. 부산의 상징 갈매기와 길의 합성어인 갈맷길은 모두 9개 코스다. 짧으면 17km, 길면 42km나 되는 코스 하나만 걷기에도 사실 하루가 빠듯하다. 큰 맘 먹지 않으면 쉽지 않다. 대신 갈맷길의 일부인 이기대와 송도해안산책로는 1~2시간 걸으며 부산의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길이다.

이기대 해안산책로의 작은 공원에 심은 수선화가 샛노란 봄빛으로 피어났다.

이기대해안산책로 초입의 스카이워크와 오륙도의 일부. 이곳에서 오륙도는 2개의 바위섬으로 보인다.

전체 구간을 걷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이곳까지만 올라도 부산의 봄 바다를 품에 안을 수 있다.

세계 주요 도시까지의 거리를 표현한 이정표.

이기대 해안산책로는 남구 용호동 오륙도 유람선 선착장에서 동생말까지 이어지는 4.7km 길이다. ‘이기대’라는 명칭은 임진왜란 때 수영성을 함락한 왜군들이 경치가 빼어난 이곳에서 잔치를 벌였는데, 이때 술에 취한 왜장과 함께 물에 빠져 죽은 두 기생이 묻힌 곳이라는 이야기에서 비롯했다고 전한다. 두 기생과 관련 있다는 정도면 될 것을, 왜장을 안고 진주 남강에 몸을 던진 논개의 이야기를 끌어다 붙여 오히려 신빙성이 떨어진다.

오륙도는 국립해양조사원에서 남해와 동해를 구분하는 기준이다. 출발 지점 절벽에는 오륙도를 한층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스카이워크가 설치돼 있다. 발 아래 푸른 바다가 아찔하다. 오륙도는 육지에서부터 차례로 방패섬 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으로 이어지데 이곳에서는 2개의 바위섬으로만 보인다. 오륙도의 실체는 사실 멀리 떨어져야 제대로 드러난다. 길 초입의 안내판에는 ‘방패섬과 솔섬이 밀물 때는 둘로 나뉘고, 썰물 때는 하나가 되기 때문’이라고 적혀 있지만,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섬은 2~6개로 보인다. 곧이곧대로 하면 ‘이륙도’인 셈이다.

출발 지점에서 계단을 올라 언덕에 닿으면 섬을 품은 바다 풍광이 한결 푸르고 넓어진다. 계단 중간에 조성한 작은 공원에는 수선화가 노랗게 피어 파란 바다와 대조를 이룬다. 걷는 것을 싫어하는 여행자는 이곳까지만 올라도 부산 바다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기대 해안산책로에서 바다 너머로 해운대의 고층빌딩이 펼쳐진다.

기암이 펼쳐지는 이기대 앞바다는 주민들에겐 풍성한 어장이다.

바위에서 잠시 쉬고 있는 가마우지.

언덕배기 전망대를 넘으면 길은 해안 절벽에 바짝 붙어 연결된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푸른 물결 넘실대는 바다 뒤로 해운대의 고층빌딩이 점점 가까워진다. 절벽이 끝나는 지점에는 평평한 ‘치마바위’가 바다를 향해 넓게 펼쳐져 있다. 여행객에게는 지친 다리 풀고 가는 쉼터이자 자연 전망대다. 강태공에게는 더 없는 낚시터고, 주민들에겐 넉넉한 어장이다. 부산역에서 오륙도 스카이워크까지는 27번 시내버스로 한 번에 갈 수 있고, 길이 끝나는 동생말(정류소는 분포고등학교)에서 남구 2번 마을버스를 타면 지하철 2호선 경성대ㆍ부경대역과 연결된다.

지난해 개통한 송도해상케이블카.

암남공원 케이블카 전망대에 오르면 앞바다에 수십 척의 화물선이 그림처럼 떠 있다.

철제 계단으로 이어진 송도해안산책로

서구 암남동의 송도해안산책로는 해상케이블카를 타고 갔다가 걸어서 되돌아오면 편리하다. 지난해 6월 운행을 시작한 송도해상케이블카(부산에어크루즈)는 송도해수욕장 동쪽 송림공원에서 서쪽 암남공원까지 1.62㎞ 바다 위를 가로지른다. 최고 86m 높이에서 남항대교와 영도의 모습까지 시원하게 펼쳐진다. 해안산책로의 불그스레한 바위 절경도 장관이다.

케이블카 전망대에서 보는 바다에는 크고 작은 화물선 수십 척이 그림처럼 둥둥 떠 있다. 부산항으로 드나드는 배들이 닻을 내리고 며칠씩 쉬어가는 곳, 묘박지(錨泊地)이기 때문이다. 해안산책로는 전망대 아래 바닷가에서 기암절벽을 따라 이어진다. 송도해수욕장까지 2곳의 짧은 출렁다리를 제외하면 전 구간이 잔도처럼 바위에 매달린 길이다. 철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진폭이 크지 않아 그리 힘들지는 않다. 몇몇 지점에선 갯바위로 내려설 수 있는 연결로가 나 있어 바다를 코앞에 두고 쉬어가기도 좋다.

송도해수욕장 북측 구름 산책로와 해상케이블카.

구름산책로는 거북섬을 거쳐 스카이워크로 이어진다.

스카이워크 아래로 시원하게 바다가 펼쳐진다.

해안 절벽이 끝나면 길은 송도해수욕장을 크게 휘돌아 출발점으로 돌아온다. 해변 공원엔 국내 최초 공설 해수욕장의 면모를 추억하는 안내판이 곳곳에 보인다. 1910년 후반에 이미 나무로 만든 해상 다이빙 시설이 있었고, 1963년부터 뒤편 언덕에서 해변 북측 거북섬으로 해상 케이블카가 운행했다는 사실도 송도의 자랑거리였다. 덕분에 송도해수욕장은 한때 신혼여행지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2002년 태풍 피해로 송림공원에서 거북섬을 연결하는 다리를 철거한 자리에 지금은 강화유리로 바닥을 깔고 스카이워크까지 연장한 현대적 스타일의 ‘구름산책로’가 놓였다. 케이블카까지 바다와 하늘을 아우르는 입체적 관광시설을 완성해 송도해수욕장은 새로운 부활을 꿈꾸고 있다. 해수욕장 한편에선 가수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가 옛 추억의 한 자락처럼 쉼 없이 울려 퍼진다.

한편 부산관광공사는 8일부터 11월까지 가이드와 함께 걷는 ‘갈맷길’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총 9개 코스 중 해안절경길(용호만~동생말~어울마당~이기대해안길~오륙도), 흙내음숲길(동대교~땅뫼산황토숲길~오륜대~상현마을), 강바람낙조길(낙동강하구둑~장림포구~아미산숲길&전망대~고우니생태길~다대포해수욕장) 등 3개 코스가 대상이다. 참가비는 식사비와 가이드 비용을 포함해 1만원 선에서 책정할 예정이다. 부산관광공사(bto.or.kr) 또는 ㈜부산의 아름다운 길(gobusan.kr)에서 예약하면 된다.

부산=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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