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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완성도는 높이고 감성은 덜어낸 독일의 세단, 폭스바겐 파사트 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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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완성도는 높이고 감성은 덜어낸 독일의 세단, 폭스바겐 파사트 GT

입력
2018.04.12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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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파사트 GT는 분명 기계적으로는 이전보다 좋아졌다.
폭스바겐 파사트 GT는 분명 기계적으로는 이전보다 좋아졌다.

디젤게이트 이후 정말 오랜만에 폭스바겐의 차량을 만났다.

이번 시승의 주인공 파사트 GT는 지난 2월 1일, 공식적인 출시 행사를 통해 데뷔한 모델로서 유럽에서 제작되어 수입되어 기존의 파사트와는 사뭇 다른 행보를 걷는 존재다. 한층 개량된 플랫폼과 최신 디자인 기조를 반영하고 말도, 탈도 많았던 디젤 파워트레인을 모두 손질한 차량이라 걱정과 함께 기대감으로 시승을 하게 되었다.

파사트의 오랜 역사를 이어가면서 또 디젤게이트 사태로 잃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폭스바겐’의 영역을 되찾는데 있어 선봉을 담당할 파사트 GT는 과연 어떤 모습, 어떤 감상을 남기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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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넘어온 파사트 GT

4,765mm의 전장을 가진 파사트 GT는 기존 유럽 내 파사트에 비한다면 한층 커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북미에서 생산되었던 기존의 파사트(4,870mm)에 비한다면 확실히 짧아 ‘유럽의 감성’을 드러내는 것이 사실이다. 참고로 전폭은 1,830mm이며 전고와 휠베이스는 각각 1,460mm와 2,786mm로 역시 북미형 파사트에 비해 다소 짧은 것이 특징이다.

폭스바겐 파사트 GT의 디자인은 직선을 강조한 폭스바겐 최신 디자인을 그대로 반영한 모습이다. 보행자 보호를 고려한, 그러면서도 최근 폭스바겐이 선보이는 디자인 기조를 그대로 반영한 프론트 그릴과 헤드라이트의 조합은 명료하면서도 깔끔한 매력을 드러내 ‘보편적인 만족감’을 유도하기엔 충분하게 느껴진다. 다만 디자인 자체가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측면의 디자인은 프론트 펜더부터 리어 펜더, 그리고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까지 길게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이 이목을 끈다. 1열 창문에 쿼터 글라스를 적용하고, A필러가 아닌 윈도우 라인에 사이드 미러를 적용하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한 것은 아우디에서 선보인 구성이다. 다만 이전의 파사트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어 그런지 확실히 다소 짧은 전장이 도드라진다.

후면 디자인은 폭스바겐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이어간다. 이는 기존의 파사트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을 그대로 반영한 모습이다. 특히 7세대 골프에서 적용되며 많은 호응을 받았던 ‘직선 중심’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적용했는데 모던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이 든다. 다만 자세히 살펴보면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유닛의 완성도가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트렁크 게이트의 이미지는 이전의 파사트보다는 곡선이 더 더해진 느낌이지만 기존과 큰 차이가 없어 다시 한번 ‘평범한 존재’의 감성을 드러낸다. 참고로 후면 범퍼 하단에는 ‘듀얼 머플러 팁’으로 멋스럽게 마무리되었지만 막상 그 안쪽을 살펴보면 싱글 머플러 팁을 적용하고 시각적으로만 듀얼 타입을 적용한 것이다.

브랜드의 기조를 이어간 파사트 GT

파사트 GT의 실내 공간을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 특징은 이전의 폭스바겐보다 확실히 더 세련된 모습이라는 점이고 두 번째는 화려한 디스플레이가 이목을 끈다는 점이며 마지막은 원가 절감의 흔적이 다소 보인다는 점이다.

먼저 긍정적인 부분을 이야기한다면 확실히 이전의 폭스바겐에 비하면 니어 프리미엄으로서의 감성을 제대로 드러내는 대시보드 및 센터페시아의 구성을 갖췄으며 고급스러운 우드 패널을 절묘하게 적용한 것이 보인다. 특히 과거의 우드패널이 지나치게 올드한 느낌이었다면 이번의 우드패널은 보다 젊은 층에게 접근하기 좋아 보인다.

게다가 스티어링 휠 너머에 자리한 고해상도 디지털 디스플레이 계기판과 센터페시아의 큼직한 디스플레이 패널은 시각적으로 뛰어난 만족감을 선사한다. 해상도나 컬러의 표현 능력도 좋으면서 시인성이 무척 뛰어난 편이다. 게다가 기능에 있어서도 빠지는 것이 없어 대중들에게 사랑 받기 좋은 편이다.

다만 각종 버튼이나 대시보드 등과 같은 실내 구성에 있어 소재의 저렴함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며 시승차의 문제일지 모르겠지만 윈드실드는 조수석 아래쪽이 심하게 굴절율이 왜곡되어 있어 올바른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또한 2열 에어밴트의 경우에는 조립 불량인지 단차가 크게 느껴졌다.

공간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만족감을 느낀다. 폭스바겐의 모듈형 플랫폼, MQB를 기반으로 제작된 덕에 레그룸이나 헤드룸의 여유가 넉넉한 편이다. 개인적인 체감으로는 시트 포지션이 다소 높게 느껴지지만 시야 자체가 워낙 넓기 때문에 탑승자의 만족감을 끌어 내기 용이하다. 다만 시트의 재질에 있어서 표면이 다소 미끄러운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2열 공간도 상당히 넉넉하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여유가 있는 레그룸을 제공하여 중형 세단으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며 뛰어난 패키징 능력을 과시한다. 헤드룸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1열 시트에 비해 2열 시트의 쿠션감이 다소 저조한 부분이 장거리 주행 부분에서도 다소 아쉬운 부분으로 느껴질 우려가 있어 보인다.

한편 트렁크 적재 공간은 파사트 GT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다. 실제 파사트 GT는 무려 586L에 이르는 압도적인 적재 공간을 갖췄다. 이는 중형 세단은 물론이고 대형 세단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수치이며 트렁크 게이트의 크기나 개방감도 상당히 좋아 부피가 큰 짐도 쉽게 적재할 수 있다. 참고로 2열 시트 폴딩 시에는 1,152L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190마력을 내는 2.0L TDI 엔진을 얹다

폭스바겐 파사트 GT의 보닛 아래에는 호기롭게도 디젤 파워트레인이 다시 탑재되었다. 2.0L TDI 엔진은 최고 출력 190마력, 40.8kg.m의 토크를 내며 여기에 6단 DSG를 조합하고 4Motion을 통해 네 바퀴에 출력을 전한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파사트 GT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7.9초만에 가속하며 최고 233km/h의 속도를 낼 수 있으며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13.6km/L이며 도심과 고속 연비는 각각 12.3km/L와 15.7km/L다.

무미 건조하지만 잘 만들어진 디젤 세단을 만나다

파사트 GT의 도어를 열면 곧바로 개방감이 돋보이는 실내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시트에 몸을 맡기고 시트를 조절하고 아웃사이드 미러 및 룸미러 등을 조절한 후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시동을 걸면 가장 먼저 인상적인 부분이 바로 정숙성이다. 차량 외부에서는 여전히 디젤 파워트레인의 존재감이 느껴지지만 실내 공간에서는 정말 정숙한 매력을 느낄 수 있어 만족감이 높았다. 게다가 탁 트인 시야는 드라이빙에 있어서 보다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강점 또한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기어 레버를 옮기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차량의 무게감이 다소 느껴지는 발진을 느낄 수 있다. 참고로 에코 모드일 때에는 페달 조작 정도에 비해 스토틀 전개량이 적은 편이라 다소 답답하게 느낄 수 있다. 어쨌든 190마력과 40.8kg.m의 토크는 이미 수차례 많이 경험했던 만큼 중형 세단에게는 손색 없는 출력이다.

실제 파사트 GT는 발진 이후 가속, 추월 가속은 물론 고속 주행에서도 힘겨운 모습 없이 꾸준히 그 출력을 이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회전 질감도 매끄러웠고 고 RPM에서 귀로 들려오는 소리 역시 이전의 디젤 엔진보다는 확실히 매력적이고 성숙한 느낌이라 만족감이 좋았다.

변속기의 경우에는 ‘아직도 6단 DSG인가?’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맴돌고 있지만 확실히 제 몫은 다하는 모습이다. 실제 업 쉬프트의 속도도 빠른 편이고 변속 상황에서의 매끄러운 출력 전달 또한 군더더기 없다. 다만 기어를 D가 아닌 R 혹은 P로 둘 때의 반응이 조금 느린 것 같아 일부 운전자의 경우 때때로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차량의 움직임은 딱 두 종류의 감성으로 나뉜다. 하나는 ‘기계적인 한계는 만족스럽다’는 것과 ‘하지만 너무나 건조하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부분으로만 보자. 기본적으로 서스펜션의 셋업은 단단한 맛은 살아있지만 포용력이 좋은 편이라 다양한 노면과 다양한 드라이빙 성향에 능숙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조향에 있어서도 저속 상황에서는 사륜구동의 무게감이 조금 느껴지는 편이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운전자가 스트레스를 느낄 염려는 없다. 게다가 트랙션의 분배에 있어서도 의심의 여지가 없을 만큼 만족할 수 있다. 게다가 더욱 만족스러운 건 브레이크가 다소 가벼운 답변을 가지고 있지만 제동력이나 제동 밸런스가 무척 우수해 만족감이 높다는 점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분명 고루고루 우수한 세단을 찾는 이들에게 어필될 부분이다.

하지만 전술한 강점에 비해 단점도 상당히 다양하다는 점이다. 먼저 서스펜션이 기본적으로 다양한 환경에 능숙한 대응을 선사하지만 차량의 상하 움직임에 있어서 기름칠하지 않은 기계 특유의 건조한 느낌이 드러난다. 덕분에 일정 속도 이상의 영역에서는 차량의 상하 움직임에 위화감을 느낄 요소가 있다.

게다가 이러한 요인은 승차감 저하에도 큰 영향을 준다. 실제 1열 탑승자의 경우에는 시트의 쿠션감이 좋은 편이라 아쉬움이 크지 않겠지만 2열 탑승자는 장거리 주행에서는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향의 감각에 있어서도 지나치게 감성적인 부분을 외면한 것 같아 즐거움이 감소해 그 매력이 반감되는 부분도 있었다.

좋은점: 기계적으로는 한층 개선된 새로운 파사트의 등장

아쉬운점: 감성적인 재미의 부재, 가격 경쟁력의 미묘함

좋은 차량, 하지만 매력은 부족한 차량

수치를 중심으로 기계적으로 본다면 파사트 GT는 분명 이전의 파사트에 비해 한층 발전한 차량이고 니어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중형 세단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결과를 낸 차량이라 할 수 있다. 덕분에 ‘보편적인 중형 세단’을 원하는 이라면 분명 납득할 수 있는 상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운전 재미로 대표되는 감성적인 부분에서의 ‘부재’가 크게 느껴지는 점과 시승 차량의 경우 5천만원인 넘는 가격표를 달고 있어 가격적인 부분에서도 다소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게다가 디젤게이트로 인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까지 있으니 파사트 GT는 조금 더 분발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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