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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사진 공개하고 계모 강조... "아동학대 보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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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사진 공개하고 계모 강조... "아동학대 보도 문제"

입력
2016.08.2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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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신원영군을 학대해 사망하게 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계모 김모(왼쪽)씨와 친부 신모씨 모습. 연합뉴스
지난 3월 신원영군을 학대해 사망하게 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계모 김모(왼쪽)씨와 친부 신모씨 모습. 연합뉴스

‘뻔뻔한 악마계모’ ‘노래방도우미 계모’ ‘욕실 감금에 락스 붓고’…

지난 3월 부모의 학대 끝에 숨져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신원영(7)군 사건과 관련해 언론들이 쏟아낸 기사의 제목이다. 당시 언론은 생전 원영군 사진까지 앞다퉈 공개하며 관련 뉴스를 쏟아냈다.

최근 아동학대 사건이 연일 보도되는 가운데 언론이 피해아동의 신상을 그대로 노출하거나 불필요한 고정관념을 확산시키는 보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아동학대 근절 대책에 대한 공론화 대신 자극적인 폭로성 보도로 시청률지상주의에 빠져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23일 표창원 의원실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한국소통학회 등이 공동 주최해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아동학대사건보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아동학대가)사회의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인만큼 언론이 보다 신중을 기해 보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방송뉴스를 중심으로 한 아동학대사건 보도행태에 대한 발표자로 나선 정의철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부교수는 “언론이 피해자나 그 가족에게 2차 피해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속보 및 특종 경쟁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3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아동학대사건보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토론자들이 관련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조아름기자
23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아동학대사건보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토론자들이 관련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조아름기자

정 부교수가 원영군 사건이 최초 보도된 지난 3월 8~27일까지 지상파 방송 3사와 종합편성채널(종편) 3사(JTBCㆍTV조선ㆍ채널A)가 메인뉴스에서 보도한 69개 뉴스를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이중 65개가 범행수법이나 수사진행 상황에 치중한 2분 미만의 짧은 뉴스였다. 이 기간 지상파와 종편은 적게는 8건에서 많게는 18건의 관련 소식을 내보냈는데 락스, 찬물, 구타, 욕실, 알몸 등의 용어로 범죄수법을 삽화나 사진 등을 이용해 지나치게 상세하고 선정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정 부교수의 설명이다.

정 부교수는 “대부분의 뉴스가 원영군의 부모가 재혼가정이었다는 점을 부각하며 ‘인면수심 계모 김씨’ 등의 표현을 반복해 계모나 한부모가정에 대한 고정관념을 확산시켰다”고 지적했다. 또 “원영군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학대로 인한 상처, 상담일지 등을 무분별하게 공개하며 피해자와 그 가족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들은 피해아동과 주변인에 대한 언론의 과도한 취재행태를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신수경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사업지원팀 변호사는 “피해아동의 일기장, 상담 중의 그림, 심지어 학교생활기록부까지 민감한 정보들을 수집하며 신상이 노출되고 이 정보가 선정적인 보도에 활용되고 있다”며 “언론이 피해아동의 심리 상태나 가정 상황에 대한 추측성 보도를 쏟아내면서 이들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창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피해아동 및 가족의 신원공개 금지 가해자 신원공개 금지 ▦피해아동에 대한 직접적 인터뷰 금지 ▦피해아동의 친구들에 대한 인터뷰 및 보도 자제 ▦학대방법에 대한 상세한 묘사 제한 등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연구위원은 “신문윤리실천요강이나 방송심의규정 등에 이미 어린이와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실천요강이 규정돼 있다”며 “언론의 실천 여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어린이와 청소년은 보호의 대상이자 독립된 인격체로서 기본권을 가진 주체임에도 언론은 이들을 흥미로운 뉴스거리를 제공하는 소재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윤 사무처장은 “이들이 겪는 문제점과 대안 마련을 위한 노력,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결방안 등을 보도해 제도적 보완장치에 대한 고민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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