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75)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스웨덴 한림원이 13일 발표했다. 대중음악가가 노벨문학상을 받기는 이 상 제정 116년 역사상 처음이다.
한림원은 이날 “밥 딜런이 위대한 미국 음악사 가운데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딜런은 비트 제너레이션의 초기 작가들과 모더니스트 시인들의 영향을 받아 인간의 사회적 조건, 종교, 정치, 사랑 같은 주제들을 다룬 수많은 앨범을 발표했고, 그의 노랫말은 지속적으로 서정시 분야에서 서적으로 출판돼 왔다”며 “배우, 화가, 극작가 등 예술가로서 다방면에 눈에 띄는 활동을 벌였다”고 덧붙였다.
딜런은 미국 미네소타주 철광 도시에서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낸 뒤 전미를 떠돌아다니며 포크송을 부르다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에서 자작곡으로 직업적인 공연을 시작했다. 1962~64년 앨범 ‘The Freewheelin’ Bob Dylan’ 등이 인기를 끌며 이름을 알렸고 여기에 실린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 ‘더 타임스 데이 알 어 체인지인(The Times They Are a-Changin)’은 각각 반전운동과 흑인 민권운동의 주제가가 되었다.
반 세기 이상 상상력과 에너지로 자신의 언어를 재창조해온 탁월한 언어의 대가이자 미국 대중음악의 위대한 음유시인으로 평가 받는다. 1억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올렸으며, 갤러리 전시와 6권의 드로잉 책을 낸 화가이기도 하다. 이 같은 업적으로 2008년 퓰리처상 특별상을 받았다. 딜런은 서정적이면서도 탁월한 시적 힘을 지닌 그의 노랫말이 “이상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뛰어난 작품”을 쓴 작가에게 수여한다는 노벨문학상 기준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오래 전부터 후보로 거론됐다. 딜런 스스로도 “나 자신 먼저 시인이고, 그 다음 음악인”이라고 말해왔다.
노벨상 상금은 800만 크로나(약 11억원)이며, 시상식은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지난 3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 평화상, 경제학상이에 이어 이날 문학상까지 발표되면서 올해 노벨상의 주인이 모두 가려졌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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