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차기 당권을 둘러싼 잡음으로 시끄럽다. 새 대표를 뽑기 위한 전당대회 준비가 시작되자마자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합의추대 여부로 뜬금없는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총선을 승리로 끝낸 만큼 마땅히 비상체제에서 정상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당 대표 합의추대는 순리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현실성도 없다. 당헌ㆍ당규에 따르는 게 당연하고, 뒤탈을 없애는 길이다. 더민주의 당헌ㆍ당규는 당 대표와 대표위원을 대의원과 권리당원, 일반당원 및 국민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을 통해 선출하도록 못박고 있다.
이런 분명한 규정을 두고도 합의추대론이 더민주 내부에서 계속 불거져 나오는 배경을 납득하기 어렵다. 본격적 당권 경쟁을 앞둔 계파ㆍ파벌 간 신경전일 수 있지만, 무엇보다 김 대표의 입장이 애매모호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총선 뒤인 지난 1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합의추대에 대해서는 “그 때 가서 생각해 볼 문제”라는 말로 얼버무렸다. 여지를 둔 것으로 해석되고도 남는다. 또 20일 보도된 한 인터뷰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가 삼고초려를 할 당시 “대선 때까지 당을 이끌어 달라”고 했다는 말까지 확인했다. 이러니 문 전 대표와 김 대표 측의 밀실합의가 있었다느니, 김 대표가 내심 합의추대를 희망하고 있다느니 하는 얘기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측근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입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는 양상도 그 때문이다.
결국 김 대표 스스로 합의추대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만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김 대표는 그 동안 더민주의 당 체질 변화와 수권정당화에 강한 집념을 보여왔다. 당 대표 경선 과정은 구성원의 의지를 가늠해 볼 좋은 기회다. 독자계파라고 할 만한 세력을 아직 갖추지 못한 형편이지만, 김 대표가 이끈 총선 성과에 비춰 미리 결과를 어둡게만 볼 이유가 없다. 오히려 당의 변화 의지를 자극하고, 구성원의 뜻을 모을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추대라는 형식으로는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은 더민주의 특성에 비춰 당 대표가 다양한 안팎의 도전에 맞설 수 있는 힘, 즉 정통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무작정 ‘나를 따르라’가 더 이상 통할 수 없다. 비상 상황이 아닌 이상 합의추대 형식은 당 규범을 넘어서는 일로서, 정당민주주의의 후퇴일 뿐이다. 아울러 새누리당을 심판한 총선 민의가 다름 아닌 당내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실망 때문임을 너무 빨리 잊는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김 대표가 기대를 접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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