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값 9개월 만에 8.6% ↑
신라면 등 라면값 평균 5.5% 인상
빵ㆍ맥주ㆍ채소 등 식료품 값도 들썩
“필수품 줄줄이 올라 부담 가중”
서민 물가에 빨간 불이 켜졌다. 기름 값이 연일 오르고 있는데다 맥주, 빵, 계란, 라면 등 생활과 밀접한 장바구니 품목 가격도 일제히 인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 소득은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물가만 오르며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격 인상폭이 눈에 띄는 것은 기름이다. 16일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시스템인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전국 1만2,000여개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평균 가격은 올 들어 가장 높은 리터당 1,455.06원을 기록했다. 지난 3월6일 1,339.69원과 비교하면 9개월 만에 8.6% 올랐다. 5월 말 1,400원 선을 돌파한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감산 합의 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경유도 올 들어 가장 비싼 1,250.31원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에선 휘발유가 1,565.85원, 경유가 1,359.27원까지 치솟았다. 유가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식료품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은 20일부터 라면 28개 제품 중 18개 제품의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5.5% 인상한다. 농심의 대표 상품인 신라면은 780원에서 830원으로, 두꺼운 면발이 특징인 너구리는 850원에서 900원으로 오른다. 농심의 가격 조정은 지난 2011년 11월 이후 5년여만이다. 농심 관계자는 “그 동안 누적된 물류비와 인건비 등의 상승에 따라 최소한의 수준에서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파리바게트도 지난 4일 빵과 케이크 193개 제품을 평균 6.6% 인상했다. 지난달에는 OB맥주가 주요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 코카콜라가 콜라와 환타 가격을 5% 올렸다.
계란도 최근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인해 판매용 계란을 낳는 닭(산란계)이 대거 살처분되면서 한 판(30개)이 7,000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일부 채소값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당근 도매가격(6일 기준)은 20㎏당 6만6,94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8,460원) 대비 262%나 급등했다. 양배추도 8㎏당 1만4,035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45% 폭등했다. 작황이 부진한 무, 감자, 대파, 마늘 등도 가격이 올랐다.
이처럼 생활 물가가 오르고 있는 반면 가계 소득은 제자리다.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3분기 가계 실질소득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7%에 불과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5분기째 0%대다.
더구나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증가하면 서민들의 씀씀이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 부채는 9월 말 현재 1,295조7,531억원으로, 이미 1,300조원을 훌쩍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필수품이나 다름 없는 콜라 빵 라면 등의 가격이 오르면 서민들, 특히 하위 계층의 생계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서민들의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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