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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초토화 우려에… 금리인하ㆍ추경 '패키지 부양론'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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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초토화 우려에… 금리인하ㆍ추경 '패키지 부양론' 부상

입력
2015.06.07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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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성 매출 줄고 여행ㆍ행사 취소

"여파 장기화땐 3%성장 어려워"

일각 "공격적 재정 정책 필요하지만

금리 인하는 득보다 실 많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확산으로 가뜩이나 지지부진한 경기가 이대로 초토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주(11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와 이달 말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앞두고 기준금리 추가 인하와 추가경정예산 편성 카드를 동시에 꺼내야 한다는 ‘패키지 부양론’도 갈수록 힘을 더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전염병에 의한 심리 위축에 ‘돈 풀기’ 식의 대응이 적절한지 반론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7일 정부와 산업계 등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달 하순 이후 경제적 충격을 보여주는 명확한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일상 풍경의 변화와 함께 각종 행사 취소, 소비성 매출 감소 등 분야별 타격은 이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이달 1~6일 사이 롯데와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빅3’ 매출은 각각 작년 같은 기간보다 5%, 5.3%, 8.7% 하락했다. 이 기간 매출이 12% 감소한 이마트의 경우, 특히 메르스 주요 발생지역인 동탄점(-28%)과 평택점(-25%)의 매출 타격이 심각한 상태다.

‘중국 특수’를 누려 온 관광업계는 더 비상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4일 현재 한국 여행을 포기한 외국인 관광객이 중화권(85.2%)을 중심으로 2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하루하루 취소 규모가 급증하고 있어 관광업계에서는 “6월 한 달간 중국인 방문 취소객만 10만명이 넘을 것”이란 우려까지 나올 정도다.

2분기, 특히 6월은 올해 우리 경제가 회복되느냐를 가늠할 중요한 시기로 지목돼 왔다. 산업 생산이 3월과 4월, 두 달 연속 감소세에 머무른데다,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마저 5월 들어 6년 만에 최대 감소폭(-10.9%)을 보이면서 그나마 조업일수가 작년보다 2.5일 많은 6월이 수출과 내수 흐름 전환의 기회라는 기대가 높았다. 각종 경기대책을 저울질 중인 정부조차 “6월까지의 경기 상황을 지켜보고 정책의 강도와 방법을 정하겠다”고 했을 정도지만, 메르스 사태가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때문에 적지 않은 시장과 학계 전문가들은 강력한 경기부양 카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 이전에도 추가 금리인하와 추경이 필요한 시기였는데, 이제는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이미 경제지표가 안 좋은 상황에서 메르스까지 확산되면 소비 위축으로 더욱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며 “적극적인 통화ㆍ재정 정책이 없다면 올해 성장률은 2%대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국은 아직까지 신중하다. 이번 주 금통위를 앞둔 한은은 “2분기가 올 경기 회복세 지속 여부를 판단할 분기점이 될 것”(이주열 총재)이라고 밝힌 이후, 아직 뚜렷한 신호를 내지 않고 있다. 채권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직까지 이번 달 기준금리 동결을 점치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최근 메르스 사태의 영향으로 인하를 예상하는 의견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 역시 추경 편성 여부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직 추경을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메르스 사태의 경기 악영향을 막기 위해 관광 등 우려 분야에 선제적 조치와 함께 예비비를 포함한 기존 예산으로 우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기재부 관계자는 “메르스 자체로는 추경 요건이 되지 않지만 이로 인해 심각한 경기위축 우려가 입증될 경우 추경도 고려해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꺼내드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이날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3.6%에서 3.0%로 낮추면서 공격적인 재정정책(추경)을 주문한 반면 통화정책(금리 인하)에는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이준협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세 차례 금리인하에도 올 들어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가계의 부채가 소득보다 3배나 빨리 증가하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르스 사태에 돈 풀기 식 대응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정부지출이나 시중 유동성을 늘린다고 행사나 외출을 삼가는 심리 위축이 개선되긴 어렵다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수출이나 내수 살리기에 효과가 불분명한 정책을 쓰기보다, 메르스 피해 지역과 계층에 예산지원을 집중시키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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