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뒷거래 의혹에 신뢰 추락
파견법ㆍ근로기준법 등 4개법
국회 법안 심사서 제외하고
2대 지침 관련 예산도 삭감
성과연봉제는 원점 재검토 추진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이 마비되면서 정부가 추진해온 노동개혁이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시민들은 주말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을 들고, 야3당은 탄핵을 당론으로 확정하는 등 정부가 노동개혁을 밀어붙일 동력을 잃은 것이다. 재계가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헌납한 대가로 노동개혁을 요구했다는 의혹까지 일각에서 제기하면서 정책 신뢰마저 추락한 상태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국회가 노동개혁 법안을 삼사대상에서 제외되거나 관련 예산을 삭감하고 있어 노동개혁이 사실상 끝난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여야 간사는 20대 국회 첫 법안심사에서 내년 고용노동부 소관 법안 중 노동개혁 관련 4개 법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노동4법은 근로기준법, 산재보험법, 고용보험법, 파견법이다. 이에 따라 법안소위원회에 상정된 노동부 소관 법안은 94건으로 결정됐다. 애초 환노위에 상정됐던 189건 중 49.7%에 불과하다. 23일 1차 법안소위에서 비쟁점 법안 22건, 25일 2차 법안소위에서 쟁점법안 72건을 각각 논의할 예정이다.
노동 4법이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한 건 노동개혁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21일 전체회의에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파견법 개정안은 현대차가 그간 시달려 온 불법파견 문제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것으로 환노위의 ‘최순실법’”이라고 강조했다.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 역시 “지난해 7월 박 대통령이 7대 재벌기업 총수를 독대한 뒤 8월에 대국민 담화를 통해 노사정 협상 재개를 요구했고, 9ㆍ15 노사정 합의를 한 다음날 새누리당이 관련 법을 발의했다”며 “올해에는 1월 전경련이 K스포츠재단에 돈을 전달하자 바로 대국민 담화에서 파견법을 포함한 노동 4법 통과를 강조했다”고 주장했다.
국회는 또 관련 예산을 삭감해 노동개혁에 제동을 걸고 있다. 환노위는 4일 전체회의에서 ‘일터혁신 컨설팅 사업’ 예산안을 심사했는데, 총 126억원의 사업비 중 2대 지침과 관련된 ‘채용 컨설팅 사업’ 예산 17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2대 지침이란 저성과자의 해고를 가능(일반해고 지침)하게 하고, 취업규칙을 노동자 동의 없이 변경(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지침)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노동계는 2대 지침이 현실화하면 사용자 자의에 의한 해고가 공공연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반발해 왔다. 고용부가 고용보험법 개정안 의결을 전제로 포함시킨 구직급여사업(3,262억원)과 조기재취업수당사업(380억원)은 “법안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감액됐다.
사상 최장기간 철도파업을 감수하면서까지 관철시키려는 성과연봉제 역시 국회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야3당 원내대표는 21일 공동제안문을 발표해 정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은 국정이 정상화하면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성과연봉제 등 임금체계 개편은 노사합의 사항이므로 이를 일방적으로 추진해 발생한 문제점들은 코레일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도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정부와 사용자의 탈법 및 불법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 책임자 엄중 문책 등 정부 압박 카드도 제시했다.
국회 움직임에 대해 정형우 고용부 대변인은 “노동개혁은 대ㆍ중소기업 격차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며 “최근 정국과 상관없이 반드시 추진돼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노동개혁 핵심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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