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하며 세월호와 교신도 안 해… 무전 등 퇴선 유도 기회 수차례
최상환 해경청 차장 등 간부들 언딘에 선박사고 정보 주며 유착
세월호 내부에 갇힌 승객들의 절박한 모습이 비쳤던 유리창은 네 모서리를 치면 쉽게 깨지게 돼 있었으나, 해경은 매뉴얼에 있는데도 이를 알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참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해경 123정은 구조를 시작하기 전 5분 가량이나 세월호 주변을 돌며 시간을 허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 123정, 책임감도 의지도 지식도 없었다
6일 검찰에 따르면 123정이 4월 16일 오전 9시30분경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세월호는 50도 정도 기울어져 있었다. 먼저 도착한 헬기의 연락으로 승객 대부분이 배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123정은 1.6㎞(1마일) 앞 해상에서 쌍안경을 통해 세월호의 상황을 체크한 후 세월호 주변을 배회했고, 그렇게 허비한 시간만 최소 5분이라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세월호와의 교신도 무시해 퇴선 지휘를 하지 못했다. 세월호 선원들은 오전 9시37분까지 진도와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교신을 하고 있었고, 이준석 선장 등이 무전기를 든 채 123정으로 탈출했던 오전 9시46분까지도 기회는 있었다. 끝까지 배 안에 남아 있던 양대홍 사무장은 무전기를 손에 쥐고 숨진 채 발견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탈출한 선원이 가지고 있던 무전기로 연락만 했어도 퇴선 지휘는 가능했다. 게다가 오전 9시48분경에는 123정 승조원인 박모 경정이 방송이 가능한 조타실 문 앞까지 갔지만 퇴선 방송은 하지 않았다. 결국 선내 대기 중이던 승객들은 해경이 현장에 도착한 사실을 알고도 ‘선내 대기’ 방송만 믿고 기다리다 탈출 기회를 아예 잃어버렸다.
123정은 선내에 갇힌 승객을 구출할 수 있는 기초 지식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객선 강화유리의 경우 네 모서리를 망치 등으로 차례로 치면 쉽게 깨지도록 돼 있는데, 이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매뉴얼에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김 정장은 함정 경험만 26년, 5급 항해사 자격면허도 보유하고 있었지만, 탈출해 바다로 뛰어든 사람을 건져 올리는 것 말고는 거의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진도 VTS 등 관제요원들이 사고 발생 당시 관제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사실도 드러났다. 관제 상황실에서 골프 연습을 하는가 하면 선박충돌 위험사전경보시스템 등을 “시끄럽다”는 이유로 평소부터 꺼놓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 언딘과 유착해 잇속 챙겨준 해경 고위층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은 2011년부터 구난업체 ‘언딘 마린 인터스크리’의 김모 대표를 알고 지내며, 명절 때마다 수십만원 상당의 홍대게, 자연송이 등을 선물을 받아왔다. 최 차장과 해경 수색구조과장(총경), 수색구조과 재난대비계 경감은 평소 언딘에 해상 선박사고 관련 정보를 제공해왔고, 세월호 참사 때도 안전검사를 받지 않아 출항이 금지된 언딘 측 바지선 리베로호를 구조에 투입하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바지선인 현대보령호가 22일 사고해역에 도착해 해경의 투입 지시만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특혜를 준 것이다. 목포해경 담당자가 요건에 맞지 않는다며 지시를 거부했음에도 이는 무시됐다. 그 결과 리베로호는 먼저 있던 현대보령호보다 30시간이나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사고 당일에는 청해진해운 담당자에게 언딘과 구난계약을 체결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검찰은 언딘이 이런 특혜에 따라 사고 당일부터 7월 10일까지 86일간 80억8,000만원 상당의 구조 비용을 국가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리베로호 관련 비용만 선박 대금 21억의 71%에 해당하는 15억6,000여만원에 달했다. 언딘 김모 대표는 하루 일당으로 203만원씩 총 1억7,458만원을 청구했다.
최 차장은 “긴박한 상황에서 나무 판자라도 도움이 되면 투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법정에서 충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이날 발표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확인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유 전 회장이 사돈인 백모 씨를 통해 골프채 50억 원어치 500세트를 구입해 정ㆍ관계에 뿌렸다는 의혹에 대해, “백씨가 구입한 골프 용품은 50억원이 아닌, 4년간 총 3,000만원 상당에 불과했고 로비 정황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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