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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발레파킹? 대리주차!

입력
2015.12.2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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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공간이 충분치 않은 번화가 식당에서는 주차를 대신해 주기도 한다. 이런 서비스를 ‘발레파킹’이라고 한다. 그런데 보통 ‘발레’라고 하면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무용수들이 우아한 몸짓을 하는 무용극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도대체 무용과 주차가 무슨 상관이 있길래 주차 대행 서비스를 ‘발레파킹’이라고 부르는 걸까?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한국일보 자료사진

둘 사이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무용극을 뜻하는 ‘발레(ballet)’와 ‘발레파킹’의 ‘발레(valet)’는 별개의 단어이다. b와 v를 한글로는 똑같이 ‘ㅂ’으로 적게 됨에 따라 우리말에서 우연히 같은 철자가 되었을 뿐이다.

valet는 시종이나 하인을 뜻하는 프랑스어이다. 이 말이 영어에 들어가서 하인의 뜻으로 쓰이다가 나중에는 호텔 종업원이나 주차요원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최근에는 영어에서도 valet parking 등 주차 대행 서비스와 관련한 문맥에서 주로 사용된다. 이 말이 해당 서비스와 함께 우리 문화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발레파킹’이란 말도 함께 들어왔다.

때때로 ‘발렛파킹’이라는 표기도 눈에 띈다. 이것은 valet의 프랑스어 발음을 모르고 쓴 것이다. 프랑스어에서는 어말의 자음을 발음하지 않는다. buffet, bouquet 등을 ‘뷔페’ ‘부케’라고 읽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영어권에서는 프랑스어 발음을 따라 ‘발레’로 하기도 하고 어말 t를 소리 내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발렛’이 아니라 ‘밸릿’으로 발음한다. 따라서 ‘발렛파킹’은 잘못된 표기다.

그러나 이 말에 얽힌 이런 복잡한 사정을 사람들이 다 알고 있으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굳이 뜻을 알기 어려운 ‘발레파킹’보다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리주차’나 ‘주차 대행’이라고 하는 게 좋겠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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