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ㆍ플라스틱 사용 줄이는 등
일주일간 쓰레기 없이 살아가기
노하우 공유ㆍ시민 캠페인 전개
일회용컵ㆍ빨대 사용 실태 조사도
“제대로 분리수거 한다면
일회용품 사용이 되레 어려워”
전세계는 지금 일회용품 쓰레기와 전쟁 중이다. 커피브랜드 스타벅스는 2020년까지 전 세계 모든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봄 ‘재활용품 쓰레기 대란’을 계기로 일회용품 사용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실생활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공유하고 나아가 기업과 정부에 쓰레기 대책을 요구하는 시민 모임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모임이 온라인 커뮤니티 ‘쓰레기덕후의 가상마을-쓰레기덕질’이다. 이곳 회원들은 ‘일주일간 쓰레기 없이 살아가기’ 프로젝트에 도전하면서 매일 자신들이 만들어 낸 쓰레기를 찍은 사진이나 그림을 공유한다. 지난해 5월부터 쓰레기덕질에서 활동하는 정승구(32)씨는 “아무리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의식을 하는 사람들도 혼자서는 계속 실천하기 어렵다”며 “커뮤니티는 함께 고민하고 서로를 독려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물론 이들도 플라스틱 없이 살아가는 게 쉽지만은 않다. 직장 동료가 요구르트에 빨대를 꽂아 건넬 때 거절하면 분위기가 어색해지기 십상이다. 고금숙(41)씨는 “시장에서 장 볼 때 담을 용기를 가져가도 먼저 비닐에 싸서 담아주는 분이 있는데 호의로 그러시는 거라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쓰레기 대란’ 이후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변했다는 것은 공통적으로 느낀다고 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경험담이나 노하우를 공유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시민 캠페인을 전개하거나 정부와 기업에 플라스틱 줄이기를 호소하기도 한다. 고금숙씨와 박효원(40)씨가 주축이 된 시민모임 플라스마이나스는 지난달 시민 30여명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아 장을 본 다음 플라스틱 포장과 비닐을 한 데 모아 전시하는 ‘플라스틱 어택’행사를 치르기도 했다. 이들은 조만간 망원시장에서 천가방을 대여해 비닐봉투 줄이는 캠페인도 벌일 예정이다.
일회용컵 시민 모니터링단 ‘어쓰’는 지난 6월 4~15일 환경부와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은 28개 업체의 84개 매장을 방문해 일회용컵과 빨대 사용 실태를 조사했다. 매장 10곳 중 8곳은 다회용 컵 사용 여부를 묻지 않았고, 10곳 중 3곳은 빨대를 꽂아 음료를 제공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은 이를 토대로 커피전문점들에게는 자발적 협약을 준수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는 한편 시민들을 대상으로는 커피전문점들에게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윤형(36)씨는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필요하고 어느 정도 조직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어쓰 활동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회용품 줄이기 취지에 공감하는 업주들이 운영하는 플라스틱 없는 매장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5월 서울 연희동에 문을 연 ‘보틀팩토리’는 플라스틱 컵과 빨대 대신 유리컵과 스테인리스 빨대, 유리 빨대를 쓴다. 이 카페 정다운 공동 대표는 더 나아가 다른 작은 카페들과 연계해 손님이 테이크아웃을 원하면 유리컵을 빌려주고 보증금을 받는 방식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유리컵 5,000여개와 종이 빨대를 제작했다.
플라스틱 줄이기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쓰 운영진들은 단번에 일회용품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기 보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조금씩 실천하는 것을 권한다. 예컨대 생수를 덜 마시고, 비닐봉지는 여러 번 재활용하고, 손수건과 텀블러 사용을 일상화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나아가 대나무로 만든 칫솔, 스테인리스로 된 빨대 등 친환경 제품 사용을 점차 늘려나가는 방법도 소개했다.
이들은 “제대로 분리수거를 한다면 오히려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게 어렵게 느껴질 것”이라며 “일회용품이 저렴하고 사용하기 쉽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비용은 우리와 그 다음세대가 지불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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