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일 4차 핵실험 강행으로 남북관계가 다시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도 제대로 실행되지 못한 채 2년 남짓 남은 정권의 임기와 함께 사장(死藏)될 위기에 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5일 새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한반도 평화통일 기반 구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남북관계 정상화 노력을 주문했다. 올해가 대북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만큼, 현 정부 들어 내내 얼어 붙어 있는 남북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풀어 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발언이었다. 청와대가 ‘확고한 통일기반 마련’을 정권의 치적으로 남기기 위해 이르면 올해 남북 정상회담 등 대형 이벤트를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가 최근 들어 여권에서 오르내린 터였다.
그러나 북한의 핵 도발로 한 동안 남북관계 개선이나 평화통일을 입에 올릴 수 없게 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박근혜정부 임기 안에 남북관계가 풀릴 것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없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김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했다는 것은 여전히 남북관계를 북미관계의 종속변수로 보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나 5ㆍ24 조치 해제 등은 당분간 얻어내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해 남북 8ㆍ25 합의에 이어 당국자 회담, 이산가족 상봉 등에 응한 것 역시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린 제스처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6자 회담 재개 등 당근을 줄 수 있다’는 선(先)비핵화 원칙을 고수해 온 만큼 핵 실험 이후 남북관계를 풀어 가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도 별로 없다. 미국과 중국의 지렛대 역할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과 중국 사이엔 여전히 난기류가 흐르고 있고, 임기 후반기에 들어선 버락 오바마 정부가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 정책을 접고 북미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인지도 미지수다.
남북관계 개선 자체가 불투명해지면서 무엇보다 통일이 엄청난 부(富)를 가져올 것이라는 통일 대박론은 설 자리를 잃었다. 오히려 대북 강경책과 이를 바탕으로 한 통일 대박론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 김정은 체제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해 북한 주민들의 민심 이반에 이은 체제 붕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전제로 대북정책을 만들었고, 이후 정부가 대북 원칙론을 고집하면서 4차 핵실험까지 이르렀다는 비판이 상당하다.
다만 북한이 5월 7차 노동당 대회에서 어떤 대남 메시지를 내놓느냐에 따라 올 하반기 남북관계가 극적으로 반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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