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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vs 50억' 투자이민제 열탕·냉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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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vs 50억' 투자이민제 열탕·냉탕

입력
2015.12.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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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부산은 투자실적 한 건도 없어

“제도 재정비 실효성 높여야” 지적

#. 제주도에 부동산투자이민제가 시행된 것은 5년여 전인 2010년 2월. 중국인을 필두로 한 외국인들은 이 제도의 적용을 받는 콘도나 리조트 등 관광시설에 지금까지 총 1,598건, 금액으로는 1조1,087억원을 투자했다. 수치로만 보면 투자이민제의 성공작이라고 할만하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제주 부동산 쇼핑은 단지 관광시설만이 아니었다. 제주의 토지나 아파트 등 미래가치가 있다 싶은 부동산은 투자이민제가 적용되지 않아도 엄청난 웃돈을 얹어가면서까지 사들였다. 그 결과 2011년말 142만㎡에 불과했던 중국인 소유 제주 토지는 올 9월말 878만㎡로 3년여만에 6배로 불었다. 제주 집값이 5년 새 26%나 치솟으며 전국 상승률(14.1%)을 두 배 가량 웃돈 데는 이런 중국인들의 과열 투자가 한 몫을 했다.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중국인들은 사고 싶은 땅이나 건물이 있으면 시세보다 4~5배를 주고라도 사기 때문에 정작 이곳 주민들은 땅과 집을 살 엄두를 못 낸다”고 전했다.

#. 송도ㆍ영종ㆍ청라 등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쌓여 있는 미분양 아파트를 처분하기 위해 법무부는 지난해 9월 관련 고시를 개정하고 1년간 한시적으로 이 지역 미분양주택을 부동산투자이민제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실제 계약이 성사된 것은 단 3건에 불과했다. 올 9월말 이 ‘시한부 적용’은 끝났지만 9월 31일 이전에 생긴 미분양 아파트는 계속해서 부동산투자이민제를 적용키로 했다. 이후 두 달여간 단 한 건도 투자 문의는 들어오지 않고 있다.

정부가 침체된 국내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제주 등 일부 지역에 도입한 부동산투자이민제가 시행된 지 올해로 6년째. 하지만 정작 투자가 절실한 지역에서는 거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반면,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역에서는 투기를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금이라도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7일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부동산투자이민제가 적용되는 지역은 제주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여수 경도, 부산 해운대 및 동부산관광단지, 파주 통일동산, 인천 경제자유구역 등 7곳이다.

부동산투자이민제란 법무부에서 지정한 시설에 5억~7억원 등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할 경우 투자와 동시에 거주(F-2) 자격을, 투자 후 5년 뒤엔 영주권(F-5)을 주는 제도로 2018년 4월 일몰 예정이다.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투자자는 물론 배우자와 자녀까지 모두 영주권을 받게 되는 파격적 혜택이 담겨 있다.

물론 지역 내 모든 부동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상은 해당 지역에서 개발하는 콘도나 리조트, 별장 등 관광 관련 사업으로 한정돼 있다. 원칙적으로 아파트나 땅 매입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제도가 톡톡히 효과를 거둔 곳은 제주도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따라 2010년 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투자이민제를 도입했는데, 지금까지 이 제도를 통해 1조원이 훨씬 넘는 투자를 유치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제주도는 카지노와 레저가 잘 발달돼 휴양지로서의 가치가 뛰어나기 때문에 분양형 호텔 등에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투자가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가치가 높은데다 영주권 등의 혜택까지 얹어주니 너도나도 투자를 하겠다고 몰려든 것이다.

반면 제주도를 제외한 지역들의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경제특구로 지정된 인천의 경우 콘도, 호텔, 체육시설 등에 투자이민제가 시행된 지 만 4년이 됐지만 지금껏 투자를 받은 것은 5건, 35억8,100만원에 불과하다.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도 2011년2월부터 투자이민제가 시행됐는데, 지금까지 3건, 15억6,800만원의 호텔 분양권을 유치한 것이 전부다. 여수 경도와 부산 해운대와 동부산관광단지 등은 2013년 제도 시행 이래 현재까지 단 한 건의 투자 실적도 없다.

이처럼 제주와 다른 지역간 투자 실적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투자이민제의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진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제주의 경우 굳이 이런 투자 유인을 제공하지 않더라도 투자가 몰리는 곳인 반면, 나머지 지역은 투자가치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투자이민제라는 당근이 통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투자이민제의 주 타깃일 수밖에 없는 중국인들의 투자는 철저히 ‘돈 되는 곳’에 집중된다. 이 제도의 혜택을 전혀 받지 않는데도 최근 중국인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서울이 대표적 사례다. 서울시의회 김기대 의원이 최근 서울시로부터 제출 받은 ‘서울시 외국인 토지취득 현황’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기준으로 중국인의 서울지역 토지 취득 건수는 3,104건, 보유 면적은 16만714㎡로 1년 전에 비해 각각 56%, 17% 늘었다. 특히 중국인들은 관광지가 밀집해 있는 마포, 중구 등 지역의 부동산을 사들여 자국민을 대상으로 여행사, 면세점 등 서비스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 얘기다. 제주도 역시 투자이민제 적용을 받지 않지만 토지나 아파트 투자가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은 물론, ‘그린필드형 사업’(직접 토지를 확보해 사업장 건설)에까지 적극 뛰어드는 추세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테마파크 등 21개 대형 사업에 9조3,433억원의 외국 자금이 투입됐는데 이중 16개 사업, 5조6,476억원이 중국ㆍ화교ㆍ홍콩 등 중국계 자금이다. 이런 곳에는 굳이 투자 인센티브가 필요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투자이민제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제주도처럼 투자가 과열된 지역은 투자금 기준을 현행 5억원보다 대폭 높여야 한다“며 “반면 인천처럼 전략적으로 경제특구로 지정된 지역은 금융허브, 레저도시 등 외국인을 끌어들일 수 있는 지역 색채를 만들고 인센티브를 더욱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교수도 “자칫 투자이민제가 국내 주요 부동산을 외국인들에게 빼앗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정말 외국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수요 파악을 해서 투자가 절실한 지역에 적용하는 등의 제도 보완에 나서고, 이런 유인이 불필요한 지역은 서둘러 제외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김주리 인턴기자(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3)

제주 성산일출봉.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주 성산일출봉.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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