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권신문 '요즘것들' 창간 전국 학생들 대상 무료로 배포 "오전 9시 등교 실시" 등 목소리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고 수학여행을 가지 않는 건 학교가 학생들의 몇 안 되는 여행기회를 빼앗는 겁니다. 핵심을 벗어난데다 당사자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은 학교의 독선적인 행태를 신문을 통해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후 ‘어른들 잘못’이라던 어른들은 수학여행을 금지시켰다. 학생들에겐 한마디 물어본 적도 없다. 이렇게 기성세대에 끌려 다니길 거부한 청소년들이 직접 신문을 만들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는 지난달 27일 청소년인권신문‘요즘것들’을 창간했다고 1일 밝혔다. 창간호 8,000부를 전국 학교 앞, 번화가에서 학생들에게 무료 배포 중이다.
제작에 참여한 아수나로 활동가 히믄(14)양은 논평에서 “세월호 참사의 핵심은 선박사고이지 고교생들이 수학여행을 갔다가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법이나 제도를 개선해 안전을 강화하는 것이 해결책인데 수학여행을 폐지해서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발상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청소년들이 창간호에서 말하려 한 것은 “청소년에게도 쉴 권리가 있다”는 외침이었다. 사실상 타율인 야간자율학습, 방과 후 강제수업이 청소년들을 공부 기계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현(26)씨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인 한국 청소년의 학습시간’ 등의 기사에서 “정부는 학교나 청소년시설에 여가활동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인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오렌지(16)양은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가 지난 5월 7~14일 초중고 학생 1,67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청소년들이 가장 바라는 교육 정책은 ‘오전 9시 등교시간 도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요즘 것들’의 목소리에 어른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히믄씨는 “창간호를 만들어 학교 친구들에게 나눠 주려는데 일부 선생님들이 ‘공부는 안 하고 왜 그런 걸 만드느냐’며 거부감을 보여 눈치를 봐야 했다”고 털어 놓았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인성을 말하면서도 입시공부 외엔 억압당하는 현실이야말로 ‘요즘것들’이 탄생한 배경이다. 기사 기획을 담당하는 오렌지양은 “일상에서 성인들은 몸수색을 받을 일이 없지만 학생들은 수련회에 갔을 때 소지품 검사를 받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이런 부조리를 알리고 싶어 기사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아수나로는 10월까지 아름다운재단에서 호당 제작비 50만원을 지원받아 ‘요즘것들’을 격월간으로 발행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모금을 통해 발행 간격을 더 줄여볼 생각이다. A3 용지 크기의 4쪽짜리 신문이 계속 나올 수 있을지 미래가 불투명하지만 이들의 의지는 꼿꼿하다.
“고대 동굴벽화에도 ‘요새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라고 쓰여 있었다지요. 기성세대가 일방적으로 어린 친구들을 규정하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요즘 것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지 앞으로도 계속 보여줄 생각입니다.”
글ㆍ사진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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