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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연장 위해서라면… 선거 날짜 앞당기고 경쟁자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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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연장 위해서라면… 선거 날짜 앞당기고 경쟁자 제거

입력
2018.01.24 16: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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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대선 연말에서 4월로

이집트는 대통령 출마자 체포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3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친정부 집회에 참석해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카라카스=로이터 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3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친정부 집회에 참석해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카라카스=로이터 연합뉴스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각각 주요국으로 분류되는 이집트와 베네수엘라 대통령들이 권력 연장을 위해 각종 무리수를 두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대선 시기를 예정보다 수 개월 앞당겼고,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올 3월 대선을 앞두고 유력 경쟁자들을 잇따라 제거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마두로 대통령 친위부대로 구성된 제헌의회가 늦어도 4월말에는 대선을 치르도록 명령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당초 연말이던 대선이 8개월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이 결정이 나오자마자 마두로 대통령은 “집권 여당이 나에게 요청한다면 재선을 위해 출마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조기 선거 결정은 야당 혼란을 극대화하고 경제 위기 속에서 권력을 공고화하기 위한 마두로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AP통신은 “조기 선거로 야당을 분열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 야권에는 마두로 대통령에 맞설 중량급 인사가 전무하다. 주요 야당 정치인들은 지난해 시위로 체포됐거나, 공직 출마가 금지된 상태다.

국제사회는 즉각 우려를 제기했다. 멕시코, 페루, 브라질 등 14개 국가로 구성된 리마 그룹은 “조기 선거는 정당성이 결여돼 있다”고 비판했다. 베네수엘라 야당도 크게 반발했다. 야당 측 활동가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는 “이건 선거가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하는 군사작전”이라고 비꼬았다. 베네수엘라 야권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조작 가능성을 이유로 아예 선거 참여를 거부한 적이 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집트에서는 엘시시 대통령의 잠재적 대권 경쟁후보가 잇따라 제거되고 있다.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 출마를 발표한 사미 아난 전 합참의장은 23일 전격 체포됐다. 사전 허가 없이 출마 발표를 해 군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다. 이집트 군부는 “아난이 노골적으로 선동하고 있다. 군 법률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아난 전 의장을 비판했다. 하지만 BBC 등 외신들은 “엘시시 대통령이 선거에서 경쟁자들을 배제시키려 한다”고 분석했다.

유력 대선 주자로 꼽혔던 아흐메드 샤피크 전 총리도 최근 출마를 포기했다. 납치 소동 등으로 신변 위협을 느낀 뒤 출마 의지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출마를 발표했던 아흐메드 콘소와 대령은 엘시시의 국정운영을 비판하는 영상을 올린 이유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년을 선고 받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엘시시 정권 하에서 시위가 엄격히 제한된 가운데, 후보자의 다양성마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장관 출신인 엘시시 대통령은 2013년 이집트 사상 최초로 민주 선거를 통해 뽑힌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군부 쿠데타로 몰아내고 권력을 잡았다. 그는 19일 밤 방송을 통해 “정직하고도 투명하게 내 출마의 뜻을 국민들에게 알린다”라며 대통령직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철저한 실리외교로 돌아선 미국이 제동을 걸지 않는 것도 엘시시 정권이 무리수를 감행하는 이유로 꼽힌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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