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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 컨츄리'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투쟁해야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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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 컨츄리'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투쟁해야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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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2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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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에도 남성용과 여성용이 있다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은 여성용에 해당할 것이다. 떽떽거리는 여자라고 비난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자기검열은, ‘웬만하면 참자’는 ‘현명한’ 삶의 방식을 여자들에게 권고하고 세상이 아무리 좋아졌어도 여자들은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경구를 가슴 깊이 내면화한다. 그것은 여성의 벗을 수 없는 굴레다.

정 맞을 걸 알면서도 모날 수밖에 없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노스 컨츄리’는 1984년 미국 최초의 직장 내 성폭력 승소사건인 ‘젠슨 대 에벨레스 광산’ 사건을 다루고 있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남성 동료들에게 성적 괴롭힘을 당해야만 했던 한 여인의 법정 투쟁기를 스크린 위에 재현하며, 영화는 오늘날의 현실은 얼마나 달라졌는지 묵직한 물음을 던진다.

폭력 남편과 이혼한 후 고향인 미네소타 북부로 돌아온 조시 에임스(샤를리즈 테론)는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 보수가 많은 광산에 취직한다. 마초의 손아귀 같은 굴삭기 사이에서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리며 석탄을 캐는 일도 힘들지만 가장 고통스러운 건 친밀함을 빙자한 남성 동료들의 성희롱과 성추행이다. 건강검진을 받고 나면 “벗은 몸 죽인다던데” 같은 성희롱을 당하고, 만지고 더듬는 성추행도 공공연하다.

영화는 정 맞을 일이 두려워 침묵하고 있는 여성들 사이에서 홀로 분연히 일어선 조시의 외롭고 긴 투쟁을 그린다. 하지만 그 정치적 올바름이 곧바로 영화의 감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게 문제다. 반대 진영에 섰던 아버지를 비롯해 이웃 변호사와 동료 등 너무 많은 조력자들이 손쉽게 그녀의 편에 서면서 영화는 투쟁극으로서 온전히 직립하지 못한다. 소재와 주제도 현실로서는 더없이 분통 터지지만 영화로서는 다소 밋밋하고 싱겁다.

그러나 프로파간다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해도 오늘날의 현실은 이 영화의 문제 제기를 여전히 온당한 것으로 만든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다. 감독 니키 카로. 27일 개봉. 15세.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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