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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간의 동행… 팀 코리아 감동엔 종료 버저가 없다

입력
2018.02.2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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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만에 구성된 남북 단일팀

마지막 경기 후 부둥켜 안고 눈시울

“북측 선수들 많이 생각날 것”

5전 전패에도 온국민에 큰 울림

한국 최지연(왼쪽)과 북한 황충금이 20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순위 결정전 스위스와 경기를 마친 뒤 포옹하며 격려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한국 최지연(왼쪽)과 북한 황충금이 20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순위 결정전 스위스와 경기를 마친 뒤 포옹하며 격려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남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마지막을 알리는 종료 버저가 울렸다. 남북 선수들은 서로를 뜨겁게 끌어안았다. 세라 머리(30ㆍ캐나다) 감독과 북한의 박철호 감독 그리고 선수들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머리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러워서 눈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올림픽 사상 첫 남북 단일팀을 이룬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27일간의 동행을 마무리했다. 머리 감독이 이끄는 남북 단일팀은 20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결정전에서 스웨덴에 1-6으로 졌다. 5전 전패, 2득점, 28실점의 초라한 성적표로 대회를 마무리했지만 결과를 떠나 남북 선수들이 힘을 모아 세계 강호와 맞서 싸운 자체만으로 큰 울림을 줬다.

하나가 된 단일팀. 강릉=연합뉴스
하나가 된 단일팀. 강릉=연합뉴스

“하나, 둘, 셋, 팀 코리아!”를 외치고 경기를 시작하던 단일팀은 어느덧 하나가 됐다. 지난 1월 25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처음 만났을 때의 서먹함과 경계심은 온데간데 없었다. 이날 대표팀의 두 번째 골을 터뜨렸던 한수진(31)은 “북측 선수들이 돌아가면 많이 생각나고 아쉬울 것 같다”며 울먹였고, 그 동안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다 마지막 경기에서 빙판 위를 누빈 이연정(24)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다신 없을 추억”이라며 다가온 이별을 아쉬워했다.

올림픽을 채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구성된 단일팀에 세상의 관심이 집중됐다. 1991년 탁구와 남자 축구 단일팀 구성 이후 27년 만이다.

하지만 선수 의견을 묻기도 전에 정치적인 목적으로 추진한 정부의 결정에 여론은 들끓었다. 초ㆍ중ㆍ고는 물론 대학, 실업팀까지 하나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 올림픽 하나만을 바라보고 피땀 흘린 우리 선수들도 단일팀 구성을 반기지 않았다. 결정 이후 사흘 뒤 북한 선수들이 진천선수촌에 방문했을 때 우리 선수들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세러 머리(왼쪽) 감독과 북한의 박철호 감독이 손을 맞잡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세러 머리(왼쪽) 감독과 북한의 박철호 감독이 손을 맞잡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걱정과 우려 속에 발을 내디딘 단일팀은 그러나 놀라운 반전을 일으켰다. 서로의 생일 파티를 열어 축하해주고, 라커룸을 함께 쓰며 어느새 ‘언니’ ‘동생’ 사이가 됐다.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음에도 기대 이상으로 조직력을 끌어올렸다. 훈련할 때는 진지했지만 잠시 쉴 때면 함께 웃고 떠들었다. 훈련 전후로는 다정하게 셀카를 찍고, 쉬는 날엔 강릉 경포대 해변을 거닐며 추억을 쌓았다.

단일팀에서 ‘작은 통일’을 이룬 모습에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이것이야 말로 올림픽 정신”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강릉=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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