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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돼 만세 부른 날, 두 동강 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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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돼 만세 부른 날, 두 동강 난 나라

입력
2017.03.0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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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경찰 차벽 사이에 두고

양측 모두 태극기 흔들며 일촉즉발

우려했던 폭력, 충돌사태는 없어

제98주년 3ㆍ1절인 1일 오후 5시 30분쯤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는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박근혜 퇴진 18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사진 위쪽)와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최의 탄핵 반대집회로 나뉘었다. 경복궁 뒤로 청와대가 보인다. 사진공동취재단
제98주년 3ㆍ1절인 1일 오후 5시 30분쯤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는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박근혜 퇴진 18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사진 위쪽)와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최의 탄핵 반대집회로 나뉘었다. 경복궁 뒤로 청와대가 보인다. 사진공동취재단

98년 전 일제에 저항하는 만세 함성으로 가득 했던 서울 도심은 1일 경찰 버스를 사이에 두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반 세력의 증오와 막말로 두 동강 났다. 혼연일체로 자주독립을 외친 순국선열을 기려야 할 이날 양측 모두 태극기를 흔들었지만 이유는 정반대였다. 탄핵심판 선고를 10여일 앞둔 양측이 총력 세 결집(찬성 30만, 반대 500만명이라고 각각 주장)에 나서면서 광장은 일촉즉발의 긴장이 감돌았다. 상식적인 토론 대신 소동과 소란, 아우성이 점령했지만 다행히 우려했던 폭력, 충돌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앞 세종대로사거리에 본무대를 차리고 제15차 태극기집회를 개최한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3ㆍ1절 선언문’을 통해 “일제보다 참혹한 불의로 무장한 세력이 단돈 1원도 받지 않은 대통령을 탄핵해 태극기를 들게 했다”며 탄핵 찬성 진영을 비난했다. 선언문에는 “피로서 정의와 진실을 지킬 것, 하나뿐인 목숨을 건다고 후회하지 않을 것, 태극기를 수의 삼아 자신 있게 잠들 수 있음과 최후의 승리가 있음을 선언한다”는 극단적인 선동 문구들도 담겼다. 박 대통령의 활동 영상도 선보였다.

막말 논란에 휩싸인 박 대통령 측 대리인 김평우 변호사는 이날도 연단에서 박영수 특별검사와 헌법재판관들을 비난했다. 그는 “(특검이) 조선시대 정적을 잡을 때 쓰던 연좌제를 적용해 최순실 일당의 잘못을 박 대통령 잘못으로 덮어 씌웠고, (헌법재판관들은) 대통령에게 국회의 졸속 탄핵소추를 입증할 기회도 주지 않고 막무가내로 오만하게 심리를 종결했다”고 공격했다.

탄기국은 이날 세종대로사거리를 중심으로 남대문과 동대문까지 총 4.8㎞에 달하는 도로에 집회 신고를 냈으나 대부분 참가자들은 세종대로~남대문 구간에 집결했다. 이들은 청운효자동주민센터를 비롯해 삼청로 세움아트스페이스 등 청와대 인접 지역, 헌법재판소 등을 기점으로 하는 5개 경로를 행진했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은 경찰 차벽 위로 올라갔다가 제지 당했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측은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에게 둘러 싸인 광화문광장 안에서 오후 5시부터 18차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사회자로 나선 최영준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은 “(탄기국 측이) 우리의 평화적인 촛불집회를 방해하려고 도발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들 세력이 발악할수록 더욱더 촛불 세력을 키우고 광장으로 모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탄핵이) 인용되면 1차 승리를 자축하며 다음 투쟁을 결의하겠지만 기각하면 헌재는 촛불 민심을 저버린 것으로 규탄하고 강력한 항의 행동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문화회관 앞을 선점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대형 스피커를 이용해 음악을 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으나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이후 청와대 100m 지점인 국립민속박물관 자하문로 앞까지 행진했다.

이날 경찰은 202개 중대(약 1만6,000여명)를 투입했다. 퇴진행동의 집회 장소인 광화문광장 인근 및 ‘세월호 천막’ 주변을 경찰버스로 에워 싸 ‘대형 울타리’를 만들고 경력을 집중 배치, 광장 주변부 탄기국 집회 참가자들과의 충돌을 사전 차단하는 데 만전을 기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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